16일 개막 둘째 날을 맞은 ‘서울포럼 2019’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대표)이 예정에 없던 즉석 강연에 나서 청중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날에 이어 서울포럼 2019에 이틀 연속 참석한 추 의원은 이날 연단에 올라 “과학기술의 발달로 예측불가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이에 따른 불안·분노를 정치가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택시 업계의 시위에서 드러나듯 과학의 발달로 일부 직업이 사라지는 문제를 정치가 적절한 정책과 갈등 조정을 통해 해소해야 하고, 그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다. 추 의원은 “사라지는 직업이 있겠지만 과학의 역량은 계속 길러내야 한다”며 “정치가 과학의 발달을 위한 규제개혁 등의 길을 터줘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직업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 의원은 이날 오후까지 이어진 각 세션의 기조강연을 경청하며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장에서는 참석자 수십 명이 추 의원과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청중의 관심을 모은 ‘스타’ 연사는 세계적인 ‘융합형 과학자’로 손꼽히는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교수였다. 루트번스타인 교수가 특별강연을 위해 연단에 모습을 드러내자 아침 일찍부터 포럼장을 찾은 참석자들은 탄성과 함께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가 하면 강연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기도 했다. 대학생을 포함한 일부 청중들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의 저서 ‘생각의 탄생’을 손에 들고 강연에 임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또 다른 연사인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질문자 대열에 합류해 두 석학 간 대담이 연출되기도 했다. 싱어 선임연구원이 “더 많은 과학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 탐구과정에서 발생하는 ‘세렌디피티(우연한 발견한 중대한 성과)’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발견은 미리 계획할 수 없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며 “실패해도 보상받는 환경을 조성해 더 많은 시도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장은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의를 놓치지 않으려는 대학생들과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의 ‘열공’ 분위기로 가득 찼다. 참석자들은 기라성 같은 과학자들이 제시한 핵심 개념은 물론 말 한마디까지 노트에 적으며 강의에 집중했다. 포럼장을 나서는 참석자들은 이번 강연으로 여러 시사점을 얻었다며 뿌듯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고려대 기계공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기훈(25)씨는 “세션 1 패널토론에서 석학들이 기초과학을 두고 서로 다른 문제의식과 관점을 견지하는 것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다”면서 이번 포럼을 계기로 앞으로 진학할 대학원에서 어떻게 연구방향을 정해야 할지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태규· 양사록·심우일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