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자….”
이상화(30)는 준비한 인사말의 첫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울컥 눈물이 차올라 “어떡해”라며 고개를 숙이고는 눈물을 닦아냈다.
지난 10일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은퇴를 알린 ‘빙속 여제’ 이상화가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는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끝나고 ‘살아 있는 전설’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항상 노력했고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선수였다고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열다섯살 때 처음 국가대표 선수가 되던 날과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 참가한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면서 “17년 전에 세계선수권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 세계신기록 작성을 목표로 세웠는데 분에 넘치는 국민 여러분의 응원으로 다행히 목표를 다 이뤘다”고 돌아봤다. 그는 “받은 사랑에 힘입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다음 도전을 이어갔는데 무릎이 문제가 됐다.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고 국민 여러분이 좋은 모습으로 기억해줄 수 있는 위치에서 마감하는 게 낫겠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곧 무릎 수술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지도자 생활에도 관심이 있다는 이상화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 스케이트만을 위해 살았다. 당분간은 여유로운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2014년 소치올림픽이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평창올림픽 준비기간이었다. 이상화는 “세계기록을 세우고 나면 금메달을 못 딴다는 징크스가 선수들 사이에 있었는데 그걸 이겨내고 올림픽 2연패를 해냈다”며 “평창 대회는 새벽5시에 기상해 밤9시까지 훈련하며 준비했는데 1등을 꼭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잠을 편히 자본 적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올림픽 3연패는 실패했지만 감동의 은메달을 따낸 ‘평창 한일전’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화는 5년6개월 넘게 깨지지 않고 있는 자신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세계기록 36초36이 1년 정도는 깨지지 않으면 좋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