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이 지난해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인보사)’ 개발과정에 발생한 무형자산을 손상차손했다. 인보사 판매를 통해 사실상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그동안 자산으로 잡아뒀던 개발비용을 손실 처리한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이번 손상차손 처리에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석한다. 인보사 사태에 대한 책임 논란부터 코오롱티슈진의 계속 기업 존속 여부까지 여러 변수가 이번 회계 처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인보사 책임 논란 본격화=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슈진은 무형자산 58억845만원을 손상차손 처리했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9억2,995만원이었던 무형자산의 가치는 올 1·4분기 3억1,375만원(감가상각 포함)으로 20분의1 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티슈진은 지난해 인보사가 임상3상에 진입하면서 전체 연구개발비용266억5,100만원 중 약 21%인 56억8,100만원을 자산으로 잡았는데 이를 석 달 만에 모두 반납하게 됐다. 티슈진 측이 애초에 인보사의 성분 결함을 은폐 또는 누락해 3상에 진입할 수 있었던 만큼 3상 진입 자체를 무효로 보고 거기에서 발생한 회계적 이익을 내놓은 것이다. 국내 바이오기업은 금융당국 회계지침에 따라 임상 3상부터 개발비용 중 일부를 자산으로 잡을 수 있다. 개발비용을 자산으로 잡으면 그만큼 영업이익이 상승하고 부채비용은 줄어드는 등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번 손상차손 처리에 따라 책임 논란도 본격적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코오롱은 인보사의 성분 변경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이달 초 정정공시를 통해 ‘티슈진만 2017년 3월부터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며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어느 정도나 사실을 알고 개입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향후 사태 전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속기업 유지 가능할까=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의 계속 기업 지속 여부도 관심이다. 한영회계법인이 양사의 2017·2018년 재무제표에 대해 재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는 비적정 감사의견(의견거절, 부적정, 범위제한 한정)을 받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거래가 정지되고 2년 연속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된다.
재감사 측면에서만 보면 손상차손 처리는 긍정적이다. 티슈진 측이 개발비 자산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정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건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한영 측이 더욱 깐깐하게 감사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적도 또 다른 변수다. 코스닥 상장사는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티슈진의 경우 코스닥에 상장한 지난 2017년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는 손상차손에 따라 적자를 낼 가능성이 더 커졌다.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신뢰가 무너진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티슈진은 현재 인보사를 유일한 파이프라인으로 두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자 처벌 및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코오롱 그룹의 바이오사업 전반이 다시 재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