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처우개선 담았다지만…'퇴출 불안' 식지않는 강사법

예산 줄어든채 8월시행 앞둬

3년 보장에 신규 박사 입지도 위축

학문후속세대 지원대책 절실

퇴직금,건보료 등 쟁점도 여전




오는 8월 첫 시행을 앞둔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대학가에 폭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마련됐지만 지난 7년간 네 차례 유예된 끝에 올해 하반기에야 시행을 앞두는 등 사회적 합의까지 만만찮은 진통을 거쳤다. 대학에서는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고 강사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우려에 지위 보장을 반기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초 대학과 강사들이 참여하는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말 최초의 합의안인 새 강사법을 공표했다. 하지만 예산 지원 방안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서 학문후속세대인 강사들이 교육현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개정된 강사법은 대학 강사에 ‘교원’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부여하고 고용 안정성 등을 보장해 전반적인 처우를 개선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현행법에 기준이 없던 강사 임용 기간은 ‘1년 이상’으로 늘었고 규정에 없던 임용 절차도 ‘공개 임용’이 명시됐으며 ‘3년간 재임용 절차’ 등도 보장됐다. 또 방학 중에는 실질 노동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며 역시 규정이 없었던 교수시간 역시 주당 6시간 이내, 최대 9시간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법 시행으로 시간강사가 증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달 발표된 4년제 대학 196개교에 대한 대학정보 공시 결과 시간강사가 담당한 학점은 올해 1학기 13만8,854.9학점에 그치며 1년 새 15.7%(2만5,834.5학점) 감소했다. 전체 학점 대비 시간강사의 강의 비중도 지난해 22.5%에서 올해 19.1%로 1년 새 3.4%포인트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임교원 강의 비율은 1%포인트, 겸임교원 비중은 1.4%포인트 각각 올랐다. 지난해 1학기에 31만2,008개에 달하며 상승 전환했던 전체 강좌 수도 올해 1학기에는 다시 6,655개(2.13%) 줄며 30만5,353개로 축소됐다. 특히 수강생이 20명 이하인 소규모 강좌는 10만9,571개로 지난해 1학기보다 9,086개(7.66%) 줄었지만 50명을 초과하는 대규모 강의는 4만2,557개로 같은 기간 2,888개(7.3%) 늘었다. 대학가에서는 전임교원 강의 비중을 끌어올리고 소규모 강좌를 통폐합해 대규모 강좌를 확대하는 등 법 시행에 앞서 시간강사 증발이 두드러진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강사들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대 2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 우려하며 대량 해고 대학 등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방학 중 강사 임금 지원을 위해 확보한 예산 288억원을 대학의 고용 변동 및 강사 비중 등을 반영해 차등 지원하기로 하는 등 안전망 확충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2학기 강사 임용계획이 수립되는 다음 달 초부터 대학들의 강사 고용 현황과 계획을 추적 관찰하는 한편 시간강사 축소 여부를 볼 수 있는 ‘총 강좌 수’를 내년도 대학혁신지원사업의 핵심성과지표로 우선 반영하겠다는 계획도 예고했다. 앞서 학문후속세대 연구비 지원 자격을 박사급 비전임 연구자로 넓히는 등 지원 폭도 늘렸다.


하지만 강사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강사들이 개정안에 동의한 것은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상당 규모의 예산 지원이 약속됐기 때문”이라며 “지원 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개정안이 강사 지위 보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4차 산업혁명 도래와 학령인구 감소로 교수진 구성에도 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이번 법 시행으로 시간강사들이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제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전임교원들은 변화의 물꼬 속에서도 자리를 유지하는 반면 학문후속세대인 강사들은 융합교육에 적합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가장 먼저 ‘감원 대상’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3년 임용이 보장되면서 강사 중에서도 약자인 신규 박사급들의 채용길은 더욱 막히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 사립대학 고위 관계자는 “매년 비슷한 비율로 강사가 교체되는데 교육 당국은 이를 ‘해고’로 파악하고 있다”며 “3년간 채용이 동결된다면 신규 박사급들의 고용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간강사들은 우리 대학교육의 중심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 왔다. 2011년 시간강사 수는 11만2,050명으로 전임교원(8만1,766명)보다 많았다. 당시 전임교원을 늘리지 않고 시간강사를 활용해 주요 전공강의를 채우는 대학의 ‘꼼수’가 문제로 떠오르면서 교육당국이 전임교원 확보 여부를 주요 재정지원 기준으로 삼게 돼 2015년 시간강사와 전임교원 수는 8만9,000명선으로 비슷해졌다. 이후 강사 숫자는 지난해 7만5,329명에 그치며 전임교원(8만9,895명)을 밑돌고 있다.

강사 퇴직금 등 부족한 법리로 인한 쟁점도 문제다. 현행법상 퇴직금은 4주 평균으로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제외된다. 주당 최대 9시간인 시간강사는 보장 대상이 아니지만 수업 준비와 학생 평가 등에 사용한 시간까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느냐에 따라 퇴직금 보장 여부가 갈린다. 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1·2심 판례는 있지만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다. 직장건강보험도 현행법상 강사에게 적용되지 않기에 별도의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강사법 시행에 학령인구 감소와 융합교육 부상 등 시대적 변화가 더해지며 대학들도 개정 노력을 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요 역할을 할 학문후속세대들이 꽃도 피우기 전에 퇴출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와 보완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