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신산업 유니콘 하나도 못 만드는 이유 뭔가

국내 벤처기업들의 미래산업 진출이 극히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 CB인사이트의 자료를 분석했더니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국내 유니콘 기업 가운데 헬스케어나 전기자동차·빅데이터 등 신성장 분야에 진출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는 중국이 전기차나 헬스케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며 단연 두각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우리 기업들이 신사업 투자에 몸을 사리는 것도 문제지만 벤처 투자의 질과 내용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우리 유니콘 기업에 출자한 국내 투자사는 5개에 머무르는 데 반해 외국사는 중국의 텐센트 등 12개에 이르고 있다. 대기업들이 벤처 투자를 꺼리는 와중에 외국자본의 독무대로 전락한 것이다. 벤처생태계의 핵심인 투자 회수 역시 세계 바닥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은 134개사가 상장 등을 통해 초기 투자를 회수했지만 우리는 카카오 한 곳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카카오도 덩치를 키웠다며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돼 정부의 집중적인 규제 대상에 오르게 됐다. 벤처 업계에서 굳이 신사업에 진출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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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기업들이 신산업 진출을 꺼리는 것은 무엇보다 겹겹이 쌓인 규제 때문이다. 빅데이터 산업의 경우 미국에서는 구글 등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상업 활용 금지 규제 때문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헬스케어도 까다로운 검진 기준에 가로막혀 신제품 개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가 지원을 안 해도 좋으니 가만히 있어달라는 하소연까지 나오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제2 벤처 붐’을 통해 “2020년까지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과감히 규제를 풀어 후원자로 뛰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승차공유 해법은 수개월째 오리무중이고 규제 샌드박스는 겉돌고 있다. 이제라도 신산업에 대해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 국내 벤처들이 글로벌 기업들처럼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시급하다. 남들이 쏟아내는 신산업 유니콘을 우리는 한 곳도 배출하지 못한다면 혁신성장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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