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년 반 정도가 걸리는 바이오 의약품 허가·심사 절반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보다 시장 출시가 늦어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모습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포함한 ‘바이오헬스 중점육성을 위한 혁신전략’이 다음 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관계 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연내 2조원 가량 연구개발(R&D) 투자 계획 △코스닥 상장 유지 조건 완화 △투자 후 자금 회수(exit) 과정 개선 △신성장 R&D 세액공제 대상 기술 확대 △오송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의 내용이 추진된다.
세계 헬스케어 시장은 고령화, 4차 산업혁명 등과 맞물려 급성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시스템반도체·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바이오헬스 산업을 3대 ‘미래 먹거리’로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4~5%씩 성장해 2020년 11조5,000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한참 뒤처져 있다. 제약산업만 봐도 세계 시장 규모는 이미 1조1,040억달러(2016년 기준)에 달하지만 우리나라의 비중은 1.4%(약 158억달러)에 불과하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기 위해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약 심사인력을 대폭 확대해 바이오 의약품 허가·심사 기간을 줄이기로 했다. 인사혁신처의 ‘퇴직공무원 사회공헌 사업(노하우 플러스)’ 제도를 활용해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13일 식약처의 퇴직 공무원 일부를 규격·품질 분야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며 “신약 등을 심사하는 분야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위촉위원을 늘리는 등 다양한 노력으로 신약 허가 기간을 더 줄여갈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약 신청 심사·평가를 담당하는 직원 한 명당 처리 건수는 미국보다 6배, 바이오 의료기기 분야 심사관 한 명당 심사 건수는 11배나 많다.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도 연간 2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바이오·제약 분야 신기술에 대한 세제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관을 합쳐 제약업계에 투입된 연구개발 투자자금이 2017년 기준으로 연간 2조원이 채 안 됐다”며 “국가 차원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전폭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바이오·제약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코스닥 상장 유지 요건도 완화할 계획이다. 바이오의약품 임상에 걸리는 기간이 평균 6~7년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해 일반 상장한 바이오 기업의 경우 최대 7년간 관리종목 지정을 면제해주는 방식을 추진한다. 현재는 상장 이후 연 매출이 30억원 미만이거나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세종=정순구·빈난새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