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사모투자펀드(PEF)인 블랙스톤의 국내 의약물류업체 지오영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창업자인 조선혜 지오영 회장 등과 손잡고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 붓는 투자다. 다만 경영권 변동 없이 PEF만 거치는 손 바뀜 세 번 동안 몸값이 최소 11배 넘게 치솟은 것을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17일 IB 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기업가치가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지오영 인수를 위한 공동대출인 인수금융 참여자와 구조를 이번 주에 확정한다. 인수금융 주선은 NH투자증권이 맡기로 했다.
블랙스톤은 이달 초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지오영 지분을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지난해 시작해 해가 바뀌면서까지 이어지던 인수 협상에 끝을 맺은 것이다.
일단 앵커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45.85%로 추정된다. 지난 2009년 골드만삭스PIA는 지오영의 지분 45.40%를 400억원에 사들였다. 2013년 앵커의 투자금액은 1,500억원이었다. 이 지분의 가치가 1조1,000억원이라고 하면 10년 동안 몸값이 무려 27.5배나 뛴 셈이다. 같은 기간 3,124억원이었던 자산은 1조1,326억원으로 3.6배, 7,839억원이었던 매출은 2조5,762억원으로 3.3배 늘었을 뿐이다. 지분 100%의 기업가치를 1조1,000억원에 샀다고 해도 10년 새 매각가격이 11배 넘게 뛴 셈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도 포함돼 있지 않은 지분의 거래치고는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이상한 딜”이라고 평가했다.
비싼 몸값을 지불하지만 블랙스톤은 경영권이 없는 단순 재무적투자자(FI)로 파악된다. 지오영은 앵커가 사실상 최대주주이지만 6개의 해외 투자법인으로 나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탓에 지분율 23.66%인 조 회장이 단일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쥐고 있다. 이들 법인은 지난해에는 조 회장의 이름을 따 ‘조선혜홀딩스(Sun-Hae Cho holdings Ltd.)’ 등과 같은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번 거래 이후 지오영을 지배하게 될 해외 투자법인도 ‘조선혜지와이홀딩스’다.
이번 인수금융으로 조달된 금액은 블랙스톤이 앵커로부터 인수한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는 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조선혜지와이홀딩스가 창업자인 조선혜·이희구 회장의 지분(35.47%) 등을 인수해 지오영을 지배하는 모회사가 된다. 인수금융의 규모에 따라 이 모회사의 지분율이 결정되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