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초로 극우 정당이 내각에 입성했던 오스트리아에서 이르면 9월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제1당 국민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극우 자유당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자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자유당과의 결별을 택한 것이다. 이번 사태가 오는 23일부터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연합(EU)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던 극우·포퓰리즘 정당들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가급적 9월 초 조기 총선을 치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우파 국민당을 이끄는 쿠르츠 총리가 자유당과의 연정 파기 및 조기 총선 방침을 밝히면서 판데어벨렌 대통령에게 빠른 총선 일정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오스트리아 내무부에서 선거 일정을 담당하는 로베르트 슈타인은 로이터통신에 “법적으로는 여름에 선거를 할 수 있지만, 방학·휴가 등으로 9월15일이 가장 이른 날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쿠르츠 총리의 입장표명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의 사퇴 선언 이후 나왔다. 앞서 독일 매체 슈피겔 등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자유당 당수이자 부총리인 슈트라헤가 2년 전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 조카라고 스스로 밝힌 한 여성에게 정치·재정적 후원을 받는 대신 정부 사업권을 넘기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슈트라헤 부총리가 당시 상황을 만취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해명했음에도 야당의 사퇴 압박이 이어졌고, 결국 이날 오전 사퇴를 결정했다.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만든 자유당은 비주류에 머무르다 2017년 10월 총선에서 제3당으로 도약했고 그해 12월 유럽 극우 정당 최초로 내각에 참여했다. 하지만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자유당의 극우 행보가 이어지면서 국민당의 반감을 키웠다. 최근에는 당 외부 연결단체인 극우 성향의 ‘정체성운동’ 대표가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난사를 했던 브렌턴 태런트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처럼 연정 내 불협화음이 커진 상황에서 동영상 파문까지 터지자 쿠르츠 총리가 조기 총선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반이민 열풍의 중심지인 오스트리아가 극우 지도자의 부패 스캔들로 얼룩지면서 유럽의회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AP통신은 이번 스캔들이 유럽의회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불거졌다면서 “슈트라헤의 사임은 유럽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옹호하는 포퓰리스트와 민족주의자들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