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주52시간,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대학 등 특례제외 21개 업종

버스노조사태 따를 가능성 커

'혈세 투입=해결' 고착화 우려

탄력근로제 확대 등 서둘러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촉발된 버스노조의 총파업이 요금인상과 정부지원(준공영제)으로 해법을 찾은 듯하다.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정부가 생색내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물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기사들의 처우를 버스이용자와 지자체가 십시일반 분담하는 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정책 실패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장이 노선버스 사업장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년간 52시간 규제적용의 유예를 받았던 21개 업종의 300인 이상 사업장이 바로 그것이다. 당장 오는 7월부터 노선버스와 동일한 여건의 여타 사업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분쟁과 해결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주 52시간과 관련해 가장 큰 쟁점은 근무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삭감일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노동부도 특례제외 사업장 중 주 52시간 초과근무 노동자가 전혀 없는 사업장이 85.3%나 되니 추가적인 혼란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번 버스노조 총파업을 보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이 주 52시간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파업에서 쟁점이 됐던 지자체별 버스노조 측의 주요 요구사항을 보면 더욱 분명하다. 충남과 광주를 제외한 여타 지자체 버스노조는 오히려 근무시간 축소, 임금의 일률적 인상, 정년연장, 노조지부장 근무 일수 축소 등과 같이 주 52시간과는 본질이 다른 사항들을 요구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5일 “주 52시간 근무와 관계없이 올해 요금 인상이 제기될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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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당장 7월부터 특례에서 제외되는 21개 업종에서도 동일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용부가 판단한 대로 이번 버스노조 파업만 해결되면 더 이상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정한 가설은 사실상 기각돼야 한다.

고용부는 특례제외업종 중 방송국과 대학을 가장 불안한 사업장으로 보고 있다. 방송업의 경우 보도·방송제작 등 특정 직군에 초과노동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은 대입 전형시기인 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입학사정관 등 특정 직군에 장시간 노동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노선버스의 경우와 같은 상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 역시 문제의 소지가 크다. 방송제작에 참여하는 노동자 중 상당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로하고 있다. 대학은 지난 10년간 반값등록금과 입학생의 감소 여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노선버스 사업장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들 사업장에서 총파업이 발생하면 추가비용을 국민이 또 부담해야 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앞으로 21개 특례제외업종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지 예단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과 정부는 인심만 쓰고 대가는 국민이 지불해야 하는 방정식이 완성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 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정부와 국민 모두 불행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한 입법으로부터 시작됐다. 지금이라도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단기적으로 탄력 근로의 기한을 최소 6개월로 연장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주 52시간 제한을 적용할 특수한 사업장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법적 안정성이 담보돼야 국민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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