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호박즙 곰팡이’ 논란 이후 고객 응대 및 제품 안전성 등 잇따른 논란에 휩싸여온 ‘임블리’가 임지현 상무의 사퇴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임블리 측이 일반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진행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를 운영하고 있는 박준성 부건 에프엔씨 대표는 20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식품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전문 경영인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회사 대표인 임지현 상무도 7월 1일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임지현 상무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준성 대표는 임블리 피해자 사례를 제보받아 게시글을 올려온 SNS 계정의 폐쇄를 요구하는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데 대해서는 “일부 안티 계정을 통해 유포된 제조 일자 조작 의혹은 명백한 허위사실로 밝혀졌다”며 “거짓 의혹과 루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계정에는 ‘임블리에서 판매한 화장품의 제조 일자란에 구매 일 이후의 날짜가 적혀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이는 ‘미래에서 온 인진 쑥 에센스’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임블리가 소송을 제기한 일반인의 변호를 맡은 강용석 변호사는 소송의 진행 상황을 전했다. 지난 18일 강용석 변호사는 유튜브 ‘가로세로 연구소’ 방송에서 “부건 에프엔씨 측에서는 변호사 4명과 회사 관계자 여러 명이 나와 한 시간 넘게 설명했다”며 “‘해당 계정이 명예훼손과 모욕적인 언사로 영업권을 침해한다’며 계정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회사 측에서는 사건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SNS 게시글의 어떤 문장과 내용에 문제가 있느냐고 질문했더니 회사 측에서는 제시를 못 했다”며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정해 다시 한 번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판에 대해 강 변호사는 ‘승소’를 거듭 확신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 보호법상 소비자 권리 때문에 계정 삭제는 말도 안 된다”며 “SNS 상에서 소비자들 간 의견교환을 하거나 그들의 피해사례를 올리는 것도 최근 대법원 판례상 인정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처분은 급한 사안을 빨리 처리해달라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이 명확해야 한다”며 “ 부건 에프엔씨 측에서 제대로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가처분 판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초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건 에프엔씨가 임블리를 대표하는 임지현 상무의 사퇴라는 강수를 뒀음에도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상무직을 내려놓고 ‘인플루언서’로 활동할 것이라는 부건 에프엔씨의 발표가 ‘보여주기식 대처’라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박 대표는 “임 상무는 상무직을 내려놓는 대신 정기적으로 소비자 간담회를 여는 등 ‘인플루언서’로서 고객 소통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 네티즌은 과거 임블리가 ‘부부 CEO’ 이미지를 내세웠던 것을 언급하며 “어차피 아내가 사퇴해도 남편이 대표직을 유지하는데 똑같은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번 ‘임블리 사태’를 키운 것은 임 상무의 SNS 관련 안일한 대처인데 신뢰를 잃은 마당에 ‘인플루언서로 돌아가겠다’는 건 무슨 의미냐”고 지적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