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의 진의가 어떻든 외교·국방·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관계 복원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반갑다. 지금 한일관계는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삐걱대던 한일관계는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더 멀어졌다. 이달 13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한일경제인회의는 9월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한일경제인회의는 양국 간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1969년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개최돼왔는데 갑작스레 연기됐다.
국방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욱일기 게양 논란으로 일본 군함이 제주 국제관함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 이어 초계기 레이더 문제로 이달 초까지 부산에서 열린 국제연합해상 훈련에도 일본 자위대가 불참했다. 이런 상태가 더 이어지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금은 북한이 미사일을 다시 발사하는 등 북핵 문제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런 정세를 감안하면 어느 때보다 한일·한미일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루아침에 한일관계가 원상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일 모두 건설적 대화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국방장관의 회담 제의에 우리가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국방 분야에서 신뢰를 쌓다 보면 경제대화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정상 간 만남이 여의치 않은 상황인 만큼 국방대화라도 해서 실마리를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