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올 1·4분기에만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해 해외 법인 3곳을 신규 설립하며 관련 시장 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LG화학과의 특허 소송과 같은 돌발 악재 속에서도 SK그룹의 ‘포스트 반도체’ 육성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는 방침이다.
20일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월 폴란드에 배터리 분리막 공장 건설을 위한 ‘SK하이테크배터리머터리얼즈폴란드’를 설립한 데 이어 같은 달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을 위한 ‘SK배터리아메리카’를 만들었다. 폴란드 법인의 장부상 가치는 512억원, 미국 법인의 가치는 146억원으로 이들 공장이 본격 가동될 경우 장부상 가치가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3월에는 헝가리 현지에 배터리 생산법인 ‘SK배터리매뉴팩처링’을 설립하며 미국 현지 공장 준공을 위한 기초작업을 마무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및 폴더블 디스플레이용 필름인 ‘FCW’를 생산하는 법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별도 분리하는 등 배터리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공장을 운영할 인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올 1·4분기 확보 인력은 전년 동기 대비 270명 늘어난 1,965명이다. 1년여 만에 관련 인력이 16%가량 늘어난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대단위 인력을 충원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1월 △배터리 엔지니어 △배터리 연구개발(R&D) △배터리 경영지원 △배터리 비즈니스 등 4개 부문에서 대단위 인력 충원을 한 데 이어 이달에도 홈페이지와 헤드헌터 등을 통해 대단위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SK그룹의 에너지 부문에서 중간지주사 역할을 위한 재무나 회계 관련 필수 인력 등을 제외하고는 SK이노베이션 구성원 대부분을 배터리 관련 인력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수주 후증설’ 전략을 펼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급량도 빠르게 늘어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4.7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한 한국의 서산 공장만 가동 중인데 중국 창저우와 헝가리 코마롬에 이어 미국 조지아 공장까지 가동되는 오는 2022년에는 연간 60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이 가능해진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4분기 배터리 공급량 기준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순위는 9위이며 이 같은 공장 증설이 순차적으로 완료될 경우 2022년에는 ‘톱 5’ 진입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정유·화학 중심의 회사에서 전기차 배터리 회사로 빠르게 변신하는 모습”이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딥체인지’ 경영의 선봉에 선 모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