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1일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의 표현을 인용해 인도적 지원과 정치의 분리를 강조했다. 김 장관이 인용한 표현은 1980년대 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에티오피아에 대한 식량 지원 문제를 두고 정치적 이유로 논란이 확산되자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인도주의 단체들의 주장을 수용하며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취임 후 첫 통일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재가 인도적 지원단체의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모든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며 “그래서 (정부는) 그 원칙을 갖고 추진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장관은 대북 식량지원 규모와 시기에 대해서는 여론 수렴이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도 국회와 일종의 공감대를 갖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통일부도 다양한 차원에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을 향해 여야정 상설협의체와 5당 대표 회동 수용을 촉구하며 대북 식량지원 문제도 국회와 의견을 나눌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의견수렴을 계속하는 한편 대북 식량지원 방식을 위한 다각도의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과 직접지원 방식 등에 대해 “의외로 (간접·직접방식의) 장단점을 검토해보면 훨씬 (지원방식이) 다양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론을 수렴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꼼꼼하게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량지원과 함께 대북 교류협력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에 대해서도 정부는 북측과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당국자는 “방북승인은 일종의 오픈티켓 같은 것”이라며 “유효기간, 일정한 기간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협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는 예측하기 어렵겠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