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수요일] 소만(小滿)

- 도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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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이를 닦고


꼭 해야 하나

쉬엄쉬엄 면도를 하고

목덜미에 물을 묻히고 있는데

단골 뱁새 두 마리가

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나더러 빨리 나오라고 성화다

지렁이도 목 빼고 세수하고

달팽이도 창을 꼬나들고

싸움터로 나가고

굼벵이도 일 나갔는데

우리 할배는 뭣 하느라고

여태 안 나오는 거야

2215A38 시로 여는 수요일



봄 숲의 채도가 짙은 녹색 하나로 통일되는 계절이다. 나무들은 날로 강해지는 햇빛을 받아들여 본격적으로 광합성 공장을 가동한다. 나무 중의 게으름뱅이 대추나무도 뿔이 나고,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농번기가 시작되었다. 24절기 가운데 여덟 번째인 소만은 ‘만물이 점차 자라서 세상을 가득 채운다’는 뜻을 지니고 있단다. 이때부터 여름 기운이 들고 모내기와 김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렁이와 달팽이와 굼벵이도 바쁘다니 생명의 활기가 넘치는 절기이다. 도시 문명 속 농경은 아득한 과거인 듯하나,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생명의 바탕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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