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순수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코나 EV가 중국에서 인증을 받아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갖췄다.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전기차 시장에 경쟁력 있는 모델을 내놓을 수 있게 되면서 위축된 중국 시장에서 판매 회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코나(중국명 엔씨노) EV가 최근 중국 공업화신식부의 신차 공시 목록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코나 EV는 하반기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 올가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신차 인증을 받은 뒤 보통 출시까지 2달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 더 빨리 나올 수도 있을 듯하다”고 예상했다.
중국에서 출시되는 코나 EV의 외형은 국내와 크게 차이가 없다. 다만 중국 시장의 특성에 맞춰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 국내 코나 EV는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중국 제품이 더 길다. 국내 코나 EV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6㎞지만 중국 코나 EV는 546㎞에 달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성능이 더 좋다기보다는 한중 간 주행거리 인증 방식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중국 전기차들은 모두 주행거리를 500㎞로 발표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기준으로 측정한다면 20~30% 정도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현대차(005380)는 코나 EV와 함께 링둥(한국명 아반떼AD)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도 공장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링둥 PHEV 역시 이르면 7월께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위에둥(한국명 아반떼 HD) EV와 쏘나타 하이브리드만 보유했던 현대차가 링둥 PHEV와 코나 EV가 출시되면 중국 친환경차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중국 전략 차량인 라페스타의 EV 모델까지 올해 중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친환경차량 출시를 서두르는 것은 결국 지난 2017년 이후 위축된 중국 판매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중국 내연기관 차량 시장에서 현대차는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와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중국 로컬 기업들에 쫓기고 있다. 하지만 중국 로컬 브랜드가 장악하는 전기차 시장에서는 오히려 현대차의 기술력과 차량 품질이 경쟁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코나 EV의 경우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로부터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되는 등 품질 면에서 뛰어나 현지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올해부터 중국 정부가 신에너지차량(NEV) 크레디트 요구 비중을 상향 조정해 중국에서 친환경차 판매를 대거 늘리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도 현대차가 친환경차 체제로 빠르게 움직이게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부터 현지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체 생산량의 10%를 친환경차로 채워야 하며 내년에는 이 비중이 12%로 올라간다. 베이징현대의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은 4,000대 남짓해 전체 판매량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가 엔씨노 EV와 링둥 PHEV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베이징현대의 현지 생산공장의 구조조정도 이에 맞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이징 2공장에서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PHEV를, 3공장에서는 위에둥 EV를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