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핀테크 기업인 페이콕의 ‘근거리 무선통신(NFC) 방식의 결제 서비스’가 우여곡절 끝에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앞서 지난달 금융위는 해당 서비스의 지정을 보류했다. 금융위가 고심했던 이유는 한국NFC 측이 자사 특허와 페이콕의 서비스가 유사하다며 금융위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핀테크 기업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기업 간의 기술 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사의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특허권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22일 삼정KPMG회계법인의 ‘2019 한국 핀테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핀테크 기업 수는 2011년 62곳에서 지난해 303곳으로 7년 새 5배 가량 급증했다. 전체 핀테크 기업 중 2015~2017년 설립된 기업이 약 54.5%에 이를 정도로 기업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게다가 핀테크 기업이 여러 기술을 융합하는 식으로 빠르게 등장하다 보니 페이콕과 한국NFC처럼 특허 침해 갈등을 빚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핀테크 기술의 특허 분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특히 핀테크 기업의 경우 기술 자체가 회사의 존폐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술 자체에 대한 특허권 보호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챗봇, 사물인터넷 등 기존의 틀을 깨는 신기술이 핀테크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핀테크 기업들의 특허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다는 데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1~2명으로 일하는 영세한 규모의 핀테크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특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공감하지만, 자금과 시간 등 여러 이유로 특허를 내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도 독창적인 기술보다 이미 상용화되고 검증된 분야로 안전하게 진출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핀테크 기업이 특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미 상당수 특허가 선점돼 있기 때문이다. 특허청이 운영하는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서 핀테크로 검색하면 특허등록 건수는 2009년 189건에서 지난해 1,123건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특허가 없는 기업이나 새롭게 핀테크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은 이미 등록된 특허와 갈등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구태언 대한특허변호사회 회장은 “금융산업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로 인해 자유로운 핀테크 실험이 불가능하다”며 “핀테크 발명도 저조해서 해외 핀테크 선진국에 특허 장벽을 선점을 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허 등록의 절차가 복잡하고 소요기간이 길다는 것도 일종의 편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허청에 따르면 ‘우선심사 제도’나 ‘초고속심사제도’를 활용하면 빠르면 1달 이내에도 특허권 확보가 가능하다. 특허청의 산업재산권분쟁조정제도는 특허분쟁이 발생한 경우 번거로운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여러 건의 소송을 한 번의 절차로 해결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아무리 우수한 발명기술이라도 특허출원을 하지 않으면 공지기술(일반에 공개된 기술)이 돼 신규성을 상실한다”며 “이 경우 특허로 등록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향후 배타적인 행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