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사무실을 두고 보이스피싱을 벌여 7억4,000만원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김모(27)씨 등 54명을 사기 등 혐의 등으로 검거하고 이 중 4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대출을 권유하고 피해자 59명을 속여 7억4,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일당에게 현금카드나 통장을 양도해 범행을 도운 범행계좌 명의자 103명도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중국에 콜센터 세 곳 이상을 설치하고 피해자들에게 “300~3,0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며 “간단한 서류 접수 후 무조건 통과”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본 피해자가 연락을 해오면 “저금리 대환대출을 위해서는 기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며 “대출 절차 진행을 위해 (금융감독원 등) 금융기관 앱을 설치해야 한다”고 악성코드가 심어진 앱 설치를 지시했다. 의심을 품은 피해자가 실제 기관 번호로 확인전화를 해도 전화 신호가 중국 사무실로 연결돼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해당 기관 직원 행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원들은 ‘중계기’라 불리는 PBX(전화교환기)를 통해 전화를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중계기에 유심칩을 꽂은 후 중국에서 국내로 전화를 걸면 국내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린다는 점을 이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계기를 사용하면 중국에서 범행을 해도 피해자는 국내 금융기관과 실제 통화를 한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주로 지리 등 국내 사정을 몰라 자신들의 지시를 잘 따를 수밖에 없는 외국인을 인출책으로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된 이들은 말레이시아 출신이나 조선족, 한족이 주를 이뤘다. 일당은 메신저를 통해 인출책들을 감시하고 범행을 지시했다. 인출책들은 국내 모텔에 투숙하며 인근 주택이나 건물 우편함 등을 통해 체크카드를 전달받아 돈을 인출한 대가로 인출 금액의 최대 10%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카드 수거책은 중국에서 모집됐다. 조직원들은 카드 명의자들에게 카드를 넣은 박스에 책이나 옷을 넣어 카드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한 후 이것을 수거책들에게 전달케 했다.
이들은 피해자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이용하거나, 신용도가 낮아 은행 대출이 어려운 이들에게 ‘신용도 등급을 높이기 위해 입출금 실적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카드를 넘겨받아 대포통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 밝혀진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과 관리책 등에 대해 수배 및 공조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직의 수익금에 대한 부분이 확인되면 4,600만원의 기소 전 몰수보전 등 범죄수익금도 계속 추적해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