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이런 환경서 누가 신산업 하고 싶겠나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차량공유 서비스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느닷없는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 위원장은 22일 은행연합회에서 ‘청년맞춤형 전월세대출 협약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택시 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와 관련해 “신사업으로 피해를 당하는 계층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무례하고 이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다분히 이재웅 타다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데 대한 안타까움의 표출로 이해된다. 그러나 공유경제의 주무장관도 아닌 최 위원장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거친 발언을 꼭 해야 했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전 세계는 지금 차량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 기술로 대표되는 신모빌리티 분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먼저 규제를 풀어 시장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글로벌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 공유경제를 둘러싼 갈등은 제대로 중재도 못하면서 “오만하다”고 질타한 최 위원장의 발언은 신경제에 대한 정부의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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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우리나라는 ‘신산업 규제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규제 순위는 38위로 대만(1위)이나 미국(13위)은 물론 중국(23위), 이집트(24위)에도 밀렸다. 기득권의 저항과 포지티브 규제, 소극적 행정이 원인으로 꼽혔다. 타다 등 공유 서비스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이들 모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이야 그렇다 해도 경제수장들까지 정치논리를 내세우면 신산업은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만다. 정부가 나서 기득권의 저항과 규제, 소극 행정을 걷어 내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논리에 둘러싸여 갈등을 부추기면 누가 혁신적 신산업에 나서겠는가. 정부가 먼저 규제장벽을 걷어내고 갈등 조정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신경제 육성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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