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자연의 전 남자친구가 10년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윤지오의 증언에 대해 “망자의 일일지라도 도를 넘은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뜻을 전했다.
故 장자연의 전 남자친구 최모(39)씨는 23일 SBS funE를 통해 처음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장자연이 사망하기 한달 전까지 1년여간 그녀와 교제했다.
최씨는 故 장자연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유족의 마음을 헤아려 지금까지 그녀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고인과 친했다는 한 배우의 기사를 읽었다. ‘언니가 성폭행을 당한 것 같았다’, ‘마약에 취했을 것 같다’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무리 확인할 수 없는 망자의 일이라고 할지라도, 도를 넘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 윤지오를 간접적으로 지목했다.
그녀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은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최씨는 “자연이는 생활고 때문에 (성)접대할 아이가 아니”라며 “오히려 또래에 비해 넉넉한 편이었다. 나와 친구들을 함께 만나는 자리를 하고 있다가도 회사에서 미팅이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바로 옷을 갈아입고 그 자리에 가야 하긴 했지만, 그것 역시 자연이가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이가 미팅이 늦게 끝나면 제가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분당 집에 데려다준 적도 있고, 자연이가 술자리에서 문자메시지로 ‘매니저가 지금 데리러 오고 있어. 끝나면 너희 집으로 갈게’라고 해서 온 적도 있다. 여느 연인과 다를 바 없이 소소하게 문자메시지로 일상을 주고받았고 크게 연락 두절된 적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나와 친구들은 ‘장자연이 마약에 취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가 기억하는 장자연은 자존심이 세고 밝은 사람이었다. 친구들과 만나면 먼저 지갑을 열고 계산하기도 했다. 그는 “헤어질 즈음 자연이가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는데, ‘힘들다’, ‘죽고 싶다’고 자주 했다. 헤어진 뒤에도 통화하고 만났다”며 “‘나, 어디에서 죽을까?’란 말에 ‘그러지 말라’는 말밖에 못 했는데 언급했던 그 장소에서 자연이가 사망했단 소식을 듣고 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누구보다 알고 싶으나, 윤지오의 주장은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례식 이후 차마 연락을 드리지 못했지만 저나 유족분들이나 비슷한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다. 자연이의 이름만 나와도 무서워서 기사를 읽지 못하겠다”며 “그런데 윤지오는 그 상황을 겪지도 못했으면서 마약, 성폭행, 성 접대, 술 시중 등 자연이에게 치명적인 주장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인들에게 윤지오의 이름을 단 한번도 듣지 못했다는 그는 “고인의 이름을 담은 책을 내고, ‘굿즈’를 만들다니.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이라며 “자연이와 절친했고,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사람들도 신변 위협, 미행을 당해본 적 없다. 생전 누구보다 꿈 많았던, 소중한 자연이의 모습을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0일 사건을 재조사한 대검찰청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장자연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그녀의 사망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검·경이 부실하게 수사했고, 조선일보가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도 있다는 사건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핵심 의혹인 장씨에 대한 술 접대·성 상납 강요 등은 공소시효 등의 사유로 수사권고를 하기 어렵고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장자연과 5개월 가량 같은 소속사에 있었다는 윤지오는 과거사위 조사와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장자연 리스트가 있다’거나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 ‘마약에 취해 성폭행 당했을 것’ 등을 주장해 큰 관심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