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033920)이 지난해 ‘좋은데이’ 출시 후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경쟁사에서 저도수 주류 상품을 대거 출시한 데다 수도권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매출이 크게 준 탓이다. 본업인 소주사업에서는 쓴 맛을 봤지만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투자에서는 큰 이익을 봤다. 부업으로 대규모 마케팅, 주주가치를 높일 여유자산을 번 셈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학은 올 1·4분기 연결기준 매출 459억원, 영업적자 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17%가량 줄었으며 영업적자는 2배 이상 늘었다.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분기순이익은 233억원에 달했다. 영업 외 수익으로 221억원의 ELS 평가이익, 22억원의 상장주식 평가이익을 거두면서다.
물론 ELS 평가손익 등이 발생했다고 회사에 현금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무학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장부상 가치가 높아졌다. 다만 금융자산 평가이익의 증가는 본 사업인 소주 사업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산이 늘어난 만큼 마케팅 비용, 신제품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에 대한 부담이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학은 2006년 11월 좋은데이 출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주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특히 부산·울산 등 경남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2007년 매출 1,125억원, 영업이익 174억원을 기록한 이후 실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4년 매출 2,901억원과 영업이익 814억원 까지 성장했다. 부산에서 성공을 발판으로 수도권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경쟁사의 16.9도 소주와 과일 맛 주류 출시로 매출 성장세가 꺾였다. 2017년 영업이익이 287억원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1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ELS 평가이익이 재무제표 상 기업의 부담을 줄여준 것은 사실”이라며 “무학이 후속 제품의 대규모 광고와 마케팅을 펼치는 데에도 여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기순이익의 달성은 자사주 매입 등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학은 23일부터 8월까지 56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은 매입 액수만큼 회사의 자본총계를 줄여 결과적으로 재무구조의 외형을 좋게 한다. 자사주 매입에 앞서 분기순이익을 달성함으로써 이익잉여금(자본총계)을 늘려 놓은 것이 자사주 매입 및 매입 수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무학이 영업적자에 빠진 상황에서 ELS 투자로 분기순이익을 달성한 것은 재무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다만 ELS 투자는 기본적으로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향후 자산의 평가손익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