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좋은 게임은 다 사라지고 성인물만 남을 겁니다”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이자 제9대 한국게임학회장으로 역임하고 있는 위정현 교수는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세계 보건기구의 ‘게임중독 질병 분류 결정’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게임 문화 자체가 건전성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위 교수는 “이번 WHO의 개정안이 국내에 도입되면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했던 게임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청소년들을 위한 좋은 게임은 없어지고 게임이 성인물로만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자 등 관련 업종에 있는 사람들도 자유로운 표현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위 교수는 “게임을 마약 같은 중독이고 질병이라고 본다면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그들이 중독 물질을 만드는 셈이 된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예전에 셧다운제가 도입됐을 때도 게임학과 합격 커트라인이 떨어졌다”며 “결국 게임이라는 질병을 만드는 사람이 돼버려 전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만한 과학적인 타당한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위 교수는 “과학적으로 게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찬반이 엇갈린다”며 “게임이 뇌를 퇴화시킨다는 주장이 있고, 반대로 게임을 하루에 30분씩 3개월을 하면 오히려 뇌가 활성화한다는 연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뇌가 안 좋았던 사람이 게임을 한 것인지, 게임을 해서 뇌가 안 좋아진 것인지를 밝힌 연구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위 교수는 “게임만을 모든 현상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며 “게임은 원인이 아니라 현상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다리에 멍이 들었는데 그 원인이 타박상일 수도 있고 암일 수도 있다”면서 “게임으로 나타나는 여러 사회 현상들의 배경에는 게임이 아니라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중독 위험군에 속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이혼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처럼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라면서 “학교가 끝나고 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PC방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 교수는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보다는 게임으로 교육을 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청소년들이 게임 외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