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합산규제 논의만 1년...KT·딜라이브 속앓이

지난해 6월 일몰 후 1년째 표류

부처 이견 겹쳐 결론 여부 불투명

1위 위협 KT·채권만기 딜라이브

재도입 예측 못하고 국회 눈치만




5월 임시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로 끝나면서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지난해 6월 일몰된 이후 1년째 표류하게 됐다. 6월 임시국회 역시 국회 파행에 더해 부처간 신경전까지 겹쳐져 재도입 여부가 결론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 사이 KT(030200)계열(KT·KT스카이라이프)과 딜라이브 등 유료방송 업계는 국회·정부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29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논의할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다. 과방위는 지난해 6월 합산규제가 일몰로 사라진 이후 약 1년간 법안소위를 여러 차례 열었지만 매번 이견으로 인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근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간의 갈등도 새롭게 추가됐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대체할 사후 규제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유료방송 규제 방안에 대해 의견 대립만 확인됐을 뿐 현재까지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요금승인제를 신고제로 완화하는 등 사전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내용을 제출했다. 반면 방통위는 사업규모와 시장점유율,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장집중사업자’로 지정하고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품질 평가에 대해서도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서비스품질 평가’를, 방통위는 기존 미디어다양성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한 ‘유료방송 다양성 평가제도’ 도입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경쟁을 위해 사전규제가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방통위는 어느 수준의 규제는 있어야 한다는 정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만큼 공통안이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처간 이견이 갈리는 동안 업계에선 ‘눈치보기’만 하느라 1년을 보냈다는 점이다. SK텔레콤(017670)이 티브로드를, LG유플러스(032640)가 CJ헬로를 각각 인수합병(M&A)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KT는 유료방송 재편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T와 LG유플러스의 M&A가 완료되면 유료방송 1위인 KT 계열과의 격차가 대폭 좁혀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딜라이브와의 인수를 추진했다가 국회에서 오히려 KT스카이라이프 지분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합산규제 방향이 결정되기 전까지 KT가 움직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M&A 대상 업체인 딜라이브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7월 말까지 1조 4,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채권단에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대주주 국민유선방송투자(KCI)의 인수 대출금 2조 2,000억원 중 8,000억원을 출자전환했고 나머지 1조 4,000억원은 3년간 만기연장을 해준 바 있다. 딜라이브로서는 다시 한 번 만기연장을 한 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이 이뤄지지 않아 KT와 M&A를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만기 연장이 가능할지, 합산규제 결론이 어떻게 날지 예측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지난 2월 합산규제 재도입을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이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라며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라 지켜보고만 있다”고 말했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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