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신체를 보여주는 직업인 모델. 롱런하기 힘든 직업으로 꼽히는 모델의 세계에서 20년간 런웨이를 걸어온 한 사람이 있다. 6월 1일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2’에서는 모델 한혜진이 출연, ‘내 발 아래 주단을 깔고’라는 주제 아래 자신의 모델 데뷔 20주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혜진은 1999년 모델이 되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긴 다리를 쭉 뻗으며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카리스마 있게 런웨이를 휩쓴 한혜진. 그러나 이러한 큰 키는 어린 시절 한혜진에게 숨기고 싶은 콤플렉스였다. 한혜진은 학창시절에 대해 “키 크고 못생긴 아이였다. 제발 작아지는 게 소원이었을 정도”라며, 큰 키로 놀림을 받고 주목을 받는 게 죽을 만큼 싫었다고 고백했다.
광장 공포를 겪을 만큼 콤플렉스였던 큰 키. 한혜진은 용기를 내 나간 모델 대회에서 묘한 위안과 자신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아무도 날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는 거다. 모델이 나의 직업이 될 수 있겠다”고 그날 처음으로 생각했다고. 그렇게 한혜진은 워킹 연습을 한달 한 후, 바로 화려한 데뷔 무대를 치렀다. 17살 데뷔를 하자 마자 대한민국 최대의 런웨이를 휩쓴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마주한 모델의 세계는 어린 한혜진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겼다. 모델 일과 학업을 함께 한다는 것은 힘들었고, 속옷을 못 벗는다고 말해 난리가 나는 등 선배들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힘듦을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무대의 희열감은 엄청났다. 한혜진은 “만약 언젠가 죽는 날이 온다면, ‘여기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무대 위 짜릿함과 행복감을 전했다.
국내를 넘어 뉴욕, 파리, 밀라노, 런던 등 세계 4대 패션쇼 무대를 섭렵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치열한 전쟁과도 같았다. 당시 동양인 모델이 세계 무대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이 모든 영광을 뒤로한 채 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한혜진은 “미친 듯이 외로웠다”고 고백하며, 매 순간 가족들과 헤어지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한혜진은 그동안 방송, 예능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모델 한혜진의 이야기를 들려줘 눈길을 끌었다. 오래 활동하면서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한혜진은 멋진 선배, 선구자로 존재했다. 또 시니어 모델, 빅 사이즈 모델 등 다양성이 존중받는 모델계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도. 그냥 마르기만 한 몸보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한혜진은 “세상 어떤 것도 내 마음대로 안 되지만, 몸은 제 의지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17살에 데뷔해 37살까지 모델을 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는 한혜진. 유희열이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물어보며, 80살까지 모델 일을 해보자고 부추기자 한혜진은 “월드 레코드를 기록해 볼 생각이다. 90살까지 할 거다. 모델 생명 연장의 꿈, 제가 바로 이뤄드리겠다”고 마무리를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콤플렉스였던 큰 키를 자신만의 강점으로 만든 한혜진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 이에 대한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20년 간 런웨이를 빛내며 걸어온 한혜진의 불꽃은 앞으로도 계속 타오를 것이다.
한편 ‘대화의 희열2’ 10번째 게스트로는 소설가이자 여행가인 김영하가 출연을 예고해 기대를 높인다. 김영하와 함께 대화의 여정을 떠날 KBS 2TV ‘대화의 희열2’는 6월 8일(토) 밤 10시 4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