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바우]공공건물 앞 빗물제거기 설치, 우산비닐 年30만장 줄였죠

[ECO&LIFE, 세상을 바꾸는 우리]

종이컵 등 일회용품 퇴출시킨 서울시

市 주관행사때 다회용컵 대여·청사서 일회용품 사용 금지

처음 불편 호소하던 직원들도 환경보호 참여 생각에 뿌듯

강남구선 '청사내 카페' 텀블러 이용고객에 할인해줘 호응

서울시청의 한 사무실에서 공무원들이 종이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면서 회의를 하고 있다. /권욱기자서울시청의 한 사무실에서 공무원들이 종이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면서 회의를 하고 있다. /권욱기자



최근 건축 관련 민원상담을 위해 서울시청의 한 사무실을 방문한 유형원씨는 담당 공무원을 기다리면서 물을 마시기 위해 사무실 출입문에 있는 음수대로 갔다. 대체로 정수기 등 음수대 옆에는 일회용 종이컵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곳에는 없었다. 이때 직원에게 “종이컵 없느냐”고 묻자 직원은 “종이컵을 예전에 없앴고, 모두 개인컵을 사용한다”며 머그컵 한 개를 내줬다.

요즘 서울시청에서는 종이컵을 비롯해 일회용 제품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시청뿐 아니라 서울시내 25개 구청 및 산하기관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지난 2011년 박원순 시장 취임 때부터 환경 관련 정책을 중점적으로 펴오면서 일회용품 사용 자제 및 재활용을 강조하면서 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홍보만으로는 시민들의 호응이 크지 않자 강제적으로라도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했다.


이에 지난해 5월 서울시청을 비롯한 산하 기관과 모든 지하철역사에 일회용인 우산비닐커버 공급을 중지했다. 비오는 날이면 대부분 대형건물 출입구에는 우산비닐커버가 비치돼 바닥에 물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서울시청과 지하철역사에서는 우산비닐커버 대신 빗물제거기가 설치됐다. 빗물제거기는 복잡하지 않고 우산을 넣고 털어주면 빗물이 어느 정도 없어져 바닥에 빗물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우산비닐커버를 없애기에 앞서 시가 1년 동안 시청과 각 구청에서 사용한 우산비닐커버의 양을 조사한 결과 1년에 30만장 정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산비닐커버는 물에 젖은 상태기 때문에 재활용할 수 없어 수거 후에는 태워지거나 땅에 묻히는데 썩는데 최소 100년 이상이 걸려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는 청사내에서 종이컵을 비롯한 일회용품까지 퇴출시켰다. 내부 회의나 서울시 주관 행사에서는 종이컵 대신 다회용컵을 대여해준다. 또 올해 1월부터는 청사내 일회용컵 반입도 금지시켰다. 점심 식사 후 카페에서 일회용컵에 커피를 받았다면 이를 들고 청사로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최근 서울시청 직원들의 경우 텀블러 등 다회용컵을 들고 다니며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남은 음료를 청사내로 가져오는 풍경이 자리잡았다.

서울시청 공무원이 청사 입구에서 빗물제거기를 이용해 우산의 물기를 털어내고 있다. /권욱기자서울시청 공무원이 청사 입구에서 빗물제거기를 이용해 우산의 물기를 털어내고 있다. /권욱기자


청사 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한 직후 일부 직원들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제는 의식이 달라졌다. 서울시청의 한 공무원은 “사무실내 종이컵을 없앴을 당시 초기에는 일부러 개인컵을 챙겨 물을 마시고 또 컵을 씻어야 해 불편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다회용컵 사용이 익숙해졌고 나도 환경보호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뿌듯하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퇴출 덕분에 청사를 청소하는 직원의 일거리도 줄었다. 청사 청소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전에 종이컵을 쓸 때는 쓰레기통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비웠어야 했다”며 “종이컵 사용이 금지된 이후 쓰레기통을 비우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귀뜸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서울시청 뿐 이나라 각 구청과 산하기관에도 퍼지고 있다. 우선 강남구는 지난달 13일부터 직원들에게 일회용컵 뿐만 아니라 종이수건 사용도 금지시켰다. 강남구는 ‘내 손 안에 필(必)환경’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직원들에게 다회용품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청사 내 카페에서는 텀블러 이용 고객에게 할인을 해주기로 했다. 영등포구는 오는 10월까지 일회용품 사용억제 대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한다. 일회용품 사용억제 대상 사업장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 대중 목욕탕, 대형 마트 등이다. 이런 사업장은 영등포구 관내에 1만438곳에 이른다. 영등포구는 지난달까지 일회용품 사용 억제에 대한 적극 홍보를 하고 이달부터는 △일회용 컵, 비닐식탁보,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등 사용 여부 △일회용 비닐봉지·비닐쇼핑백 무상 제공 여부 △일회용 광고 선전물 제작·배포 등을 단속할 계획이다.

일회용품 사용 자제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은 “우리가 환경보호를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행동 중 하나가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라며 “서울시 공무원들이 일회용품을 안 쓰는 것에 솔선수범 하고 많은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홍보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새활용플라자 전경. /사진제공=서울시서울새활용플라자 전경. /사진제공=서울시


환경보호와 관련해 주목 받는 곳은 서울시가 지난 2017년 9월에 개관한 ‘서울새활용플라자’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업사이클링(자원순환) 복합 문화공간으로 버려지는 자원을 디자인적 감각으로 새롭게 만드는 곳이다. ‘새활용’은 ‘업사이클’의 우리말이다. 연면적 1만6,530㎡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진 이 곳은 새활용에 필요한 재료(중고물품)를 기증받거나 수거해 가공한 뒤 제품 생산과 판매까지 이뤄진다. 1층에는 전시장과 창작실, 2층에는 활용이 가능한 소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재 라이브러리와 상점이 있다. 3~5층은 새활용 업체와 체험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새활용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답게 건물 내부는 폐드럼통과 유리병, 헌옷 등으로 꾸며졌고, 건물 내·외부 전체에 에너지 효율성이 좋은 LED 조명을 설치했다. 특히 에너지 사용량이 35% 가량을 태양광과 태양열, 지열로 충당하고 인근의 중랑물재생센터에서 처리된 물과 빗물을 활용해 조경용수·세척수로 쓴다. 서울새활용플라자는 매주 화~일요일 운영하며 자원의 재탄생 과정을 직접 보고 또 체험도 할 수 있다.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8번 출구로 나오면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활용플라자는 새활용에 대한 사회·환경·경제적 가치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새활용 공간”이라며 “일상에서 경험하는 생산·유통·소비의 가치 있는 건강한 순환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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