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정치권의 규제 만능주의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규제는 당연히 강화돼야 한다. 하지만 국민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새로운 규제만 더욱 강화하면 기업인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존 법과 제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강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누적되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데 있다. 당장 산업현장에서는 규제가 강화된 화학물질관리법을 예로 들고 있다. 화학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대상과 내용, 준비할 시간이 빠르고 과다하다고 기업인들은 한목소리로 호소한다. 그렇게 되면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이처럼 순수한 의도로 도입된 법과 제도가 기업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달라진 기업환경에 적합하도록 기존 법과 제도를 유연하게 정비하는 것 또한 입법권의 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현장에서 만난 청년기업가는 물론 수십년 업력을 자랑하는 중소기업인조차 신산업과 낡은 규제를 대폭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 기득권에 가로막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폐지되거나 개선되는 규제에 비해 신설되는 규제가 많으면 산업현장의 규제개혁 체감도는 떨어지고 기업경쟁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가 입법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회의 입법권을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규제체계를 정비하자는 것이다. 20대 국회 들어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수가 1만3,700여건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이 중 규제 관련 법안이 2,400여건에 달한다는 규제개혁위원회의 통계만 봐도 우리는 가히 규제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정부 들어 규제 샌드박스 도입과 지역특구법 등의 제도로 야심 차게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체감도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규제의 품질관리가 가능하도록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외부전문가의 자문이나 사전심사제도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국회 차원에서 검토할 때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회에 별도의 규제심의기관을 설치해 규제개혁을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도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회적 이슈를 국회의 입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러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자칫 또 다른 갈등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국회가 생산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우리 경제의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고 규제개혁에 출발점이자 종착역이 돼 기업들이 신명 나게 춤추며 기업을 경영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