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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영실업 대표 "20년간 경험으로 익힌 '균형'…'종합예술' 완구에 조립했죠"

[CEO&STORY]

<CEO&STORY>한상욱 영실업 대표./오승현기자 2019.5.8



“완구는 ‘종합예술’입니다. 완구업체가 성공하려면 장난감 판매에 그치면 안 됩니다. 애니메이션도 잘 만들어야 하고, 그 애니메이션을 장난감과도 잘 연계해야 해요. 또 대형마트와 도매 부문에서 유통도 잘해야 하고 마케팅까지 잘 이끌어야 합니다.”

한상욱(47) 영실업 대표는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영실업이 성공하려면 완구·애니메이션·유통·마케팅 이 네 가지가 골고루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완구업이 제조·기획·유통·마케팅 등 각 경영 분야를 아우르는 산업인 만큼 이들의 ‘밸런스’를 유지해야 유의미한 콘텐츠는 물론이고 회사의 성장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균형’은 20년 넘게 다양한 산업 부문을 ‘전략’이라는 키워드로 꿰뚫어오면서 한 대표가 정립한 철학이기도 하다.


☞ ‘균형의 철학’을 만들다

대한텔레콤·앤더슨컨설팅·AT커니·CJ인터넷…

여러 직장 거치며 ‘경영·전략 컨설팅’ 大家로

디아지오 근무땐 ‘저도주 윈저’ 기획해 히트



◇20년간 쌓아온 ‘균형’의 철학=“회사는 돈을 잘 버는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성공의 핵심이 실패의 핵심이 되기도 합니다. 가령 타자기를 만드는 한 회사에서 내놓은 타자기가 너무 성공해서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게 되면 그 ‘90%’를 중심으로 회사 전체가 돌아가니까요. 세상이 컴퓨터 중심으로 바뀌어도 타자기를 포기할 수 없게 돼요. 성공의 역설이죠. 잘하는 것을 계속 이어가는 가운데 새로운 트렌드를 놓치면 절대 안 됩니다.”

이처럼 한 대표는 새 사업 아이템을 추구하는 가운데 각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질한 성장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그의 ‘이력서’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가 영실업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 7월. 이전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주류업계, 경영 컨설팅 업계에서 기획·전략을 주로 담당해왔다. 한 대표가 거쳐온 회사는 대한텔레콤(현 SK C&C), 앤더슨컨설팅(현 엑센츄어), AT커니, CJ인터넷(현 CJ ENM), 디아지오코리아 등 분야도 다양하다. 그는 “되돌아보니 일했던 회사 중에 이름이 바뀐 곳이 참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거쳐온 회사가 많다는 뜻이다.

한 대표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98년 대한텔레콤(현 SK C&C)에 입사하면서다. 1997년 서강대 경영학과 재학 당시 SK그룹에서 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산학장학생 공채에 합격한 게 계기였다. 그러다 대한텔레콤이 SK C&C에 합병되면서 시스템통합(SI) 부문에서 본격적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전략 부문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한 대표는 “SI 업무를 하다 보니 전략기획이나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회상했다.

2000년 앤더슨컨설팅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한 대표는 경영 컨설팅 업계에 발을 들였다. 과거의 경력을 살려 그는 전략프로세스, 즉 합리적인 영업성과를 내는 ‘기제’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 대표가 앤더슨컨설팅에서 특히 신경을 썼던 것은 고객관계관리(CRM). CRM은 고객 관련 데이터를 분석·정리해 고객 특성에 맞는 마케팅을 추진할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한 대표는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CRM이 한창 뜨고 있었을 때였다”며 “시벨(SIBEL)이라는 CRM을 국내에 처음 들여와 하이테크 산업 부문에 적용한 것도 저였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전략컨설팅 업계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2005년 듀크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후 AT커니에 입사하면서다. 그는 삼성전자·포스코·제일모직 등에서 경영 컨설팅을 진행하며 전자·철강·패션 등 다양한 산업군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한번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클라이언트 회사에 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제일모직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는 한 1년 정도 제일모직에서 상주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2009년 다시 CJ인터넷에 전략이사로 합류하게 된다. 한 대표는 “전략 컨설팅을 하면서 실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며 ‘내가 직접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변곡점은 2012년 8월 찾아왔다. 외국계 주류유통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에 합류한 게 계기였다. 맨 처음에는 전략 부문 이사로 일했지만 이후 재무·영업기획을 거쳐 영업 총괄이사로 마지막 3년을 보냈다. 영업 업무만 전담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주류업계는 영업 난도가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총괄이사 신분이었지만 한 대표는 유흥업소 등 ‘험지’로 가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그는 ‘윈저 W아이스’ ‘윈저 W 시그니처 12년’과 ‘윈저 W 시그니처 17년’을 직접 기획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저도주’ 열풍이 돌던 시장 트렌드를 읽은 결과였다. 여기서 ‘밸런스’를 강조하는 그의 경영철학이 나타난다.


“기존에는 도수가 40도 밑으로 떨어지면 위스키로 쳐주지 않았었어요. 근데 경쟁 업체에서 36도짜리 위스키를 만든 거예요. ‘저도주’라는 메가 트렌드를 읽었던 거죠. (높은 도수의 스카치 위스키처럼) ‘잘할 수 있는 것’만 찾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곧바로 ‘W아이스’와 ‘W시그니처’를 만들었던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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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업에 합류하기 전까지 그가 거쳐 온 수많은 커리어도 스스로에 대한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한 대표는 “비록 직전엔 주류업계에 있었지만 컨설팅을 하면서 패션 부문도 경험하고 정보기술(IT)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때의 경험을 살려 영실업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 ‘완구의 미래’를 재정립

완구·애니·유통·마케팅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

지속성장 위해 IP별 팀통합 등 조직부터 대수술

‘대중적 키덜트’ 목표, 수익 창출 다각화 추진도



◇‘조직’부터 바꾸다=그렇다면 한 대표는 어떻게 영실업에서 ‘균형’을 추구했을까. 이는 우선 조직에서 드러난다. 한 대표는 지난해 말 제품디자인실에 있던 ‘남아1팀’ ‘여아1팀’ 등의 조직을 ‘또봇팀’ ‘시크릿쥬쥬팀’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가령 기자가 제품디자인실에서 ‘콩순이’를 제작하는 부서에서 대리로 재직 중이라면 ‘콩순이팀 심 대리’라고 불린다. 영실업에는 완구 제작을 담당하는 제품디자인실, 완구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는 영상제작실, 마케팅을 추진하는 마케팅팀, 제품 외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패키지디자인실 등이 있다.

이처럼 조직 먼저 개편했던 것은 각각의 지식재산(IP)별로 제품기획·마케팅·패키징·영상제작을 유기적으로 묶기 위해서였다. 한 대표는 “기존엔 ‘남아1팀’ ‘여아1팀’ 이런 식으로 나뉘어 있어 제품디자인실 내에서도 역할 분담이 모호한 면이 있었다”며 “제품디자인실 각 팀을 IP별로 구분하면 ‘또봇팀’의 완구기획자가 영상제작실과 마케팅팀에 있는 또봇 담당자와 쉽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자체 IP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도 각 사업 부문의 의견을 골고루 청취할 수 있었다. ‘또봇 TF팀’ ‘콩순이 TF팀’ ‘시크릿쥬쥬 TF팀’처럼 IP별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강조하는 한 대표의 관점이 반영됐다. 한 대표는 “각 TF팀에는 영상·제품·마케팅 담당자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제작 협력사도 참여한다”며 “IP가 반복적으로 성공하려면 프로세스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기능을 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대표는 신규 IP 창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전담조직까지 구성했다. 신규 IP를 발굴하면 현 ‘또봇팀’이나 ‘콩순이팀’처럼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기도 쉽다.

수익 창출처 다각화도 한 대표가 중점을 두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게 최근 라인프렌즈와 함께 공개한 ‘BT21’ 피규어다. BT21은 라인프렌즈와 방탄소년단(BTS)이 함께 제작한 캐릭터 IP로 영실업은 피규어 제작에 참여했다.

‘BT21’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우선 유아 완구 위주로 쏠려 있던 포트폴리오에서 청소년·20대까지 타깃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서다. 현재 완구업계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대목이 ‘저출산’임을 고려하면 성인·청소년을 겨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영실업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대중적인 키덜트’를 목표로 잡은 것이다. 키덜트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지만 대부분 고가 제품으로 구성돼 있어 ‘마니아층’에 한정돼 있다는 약점이 있다. 이 때문에 BT21 가격대도 기존 중저가 완구와 비슷한 수준에 맞췄다. 더구나 BT21은 매우 방대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어 ‘대중성’과 ‘마니아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대표는 “비록 키덜트 시장이 커지고는 있지만 마니아에 수요가 국한돼 있어 회전율이 극단적으로 낮은 게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라며 “BT21처럼 ‘대중’을 겨냥하는 콘셉트 완구를 꾸준히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실업은 지난해 1,931억원의 매출액을 벌어들이며 지난해 대비 23.5%나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889억원을 기록해 11.4% 개선됐다. 그러나 당분간은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다는 게 한 대표의 입장이다. 베이블레이드 등 기존의 ‘캐시카우’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또봇V’나 ‘메탈리온’ 등 전략 IP에 힘을 주는 한편 새로운 사업아이템도 꾸준히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한 대표는 “지난해 베이블레이드가 너무 잘되다 보니 매출이 급성장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며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또봇 마스터V’가 순항하고 있는 데다 신규 자체 IP도 꾸준히 발굴하고 있어 올해는 질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진=오승현기자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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