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옳고 그름을 한국 정부에서 판단해야 하고 기업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선택을 요구받는 한국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갈등이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또 그는 “어떤 양국 관계에서나 어려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런 우여곡절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반화웨이 전선 합류를 요청받은 한국 정부의 올바른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하면서 화웨이 논란이 제2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당국자는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를 언급하며 “양자 합의에 따라 이뤄진 한미동맹을 존중한다”면서도 “주변국 다른 나라, 특히 중국의 안보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계획과 관련해 진전된 것이 없다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연구하고 있고 한국 외교부, 주중 한국대사관과도 계속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방한이 늦어지는 것이 미중 간 무역전쟁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하면서 한반도 문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해석이다. 연초만 해도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방북과 방한을 동시에 추진해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네 번째 상봉을 모두 기대하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주장하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올바른 길이며 이를 위해 중국도 건설적인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두고는 “진전 없는 북미대화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을 향해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버리고 경제 집중 노선으로 가고 있는 점에도 주목하면서 “북한이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국제사회를 중시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해 평화와 발전을 실현하자는 의도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외교부공동취재단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