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경제성장률이 -0.4%(전 분기 대비)로 추가 악화한 것으로 나온 4일에도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문제를 놓고 ‘핑퐁게임’을 했다. 청와대가 ‘선(先) 5당 대표 회동 후(後) 한국당과의 단독회담’을 제안했지만 한국당은 ‘3당 대표 만남 후 일대일 회담’을 고수하며 양측이 때아닌 ‘숫자논쟁’을 벌였다. 겉으로는 지루한 정쟁이지만 이면에서는 패스트트랙 정국 때와 같은 여야 4당과 한국당의 4대1 구도를 형성하려는 청와대와 ‘패스트트랙 악몽’을 깨려는 한국당의 셈법이 충돌하고 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의 만남 직후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의 단독회담 실무협의를 시작할 때”라며 회동 시점으로 오는 7일 오후를 제시했다. 여기서 5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청와대는 한국당에 이 같은 제안을 비공개로 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2일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등 국회 교섭단체 대표 회동 후 한국당 대표와 단독회담을 하자고 역제안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3당 대표만 만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청와대의 공개 제안에 한국당은 재차 거절의 뜻을 밝혔다. 황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기본 입장은 이전과 같다”며 “교섭단체 회동 후 일대일 회담을 하면 (만남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다.
청와대와 한국당이 가장 중요한 단독회담에는 동의하면서도 각각 5당, 3당 회동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과거 4당 대표 회동 두 번, 5당 대표 회동 두 번,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 회동 사례를 봤을 때 청와대는 5당 대표 회동과 일대일 회동을 동시에 추진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사례를 결합한 절묘한 안이라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반면 한국당은 내실 있는 회담이 돼야 하는데 5당 대표가 모이면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속에는 패스트트랙 때와 같은 프레임에 이번 회동을 집어넣으려는 청와대와 벗어나려는 한국당의 움직임이 자리한다. 서경 펠로(자문단)인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5당 대표가 만나면 황 대표가 문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이야기를 할 때 옆에 있던 정동영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반박할 가능성이 높고 나아가 황 대표를 코너로 모는 그림이 연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펠로인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도 “5당 회담은 다르게 말하면 4대1 회담”이라며 “황 대표가 어떤 말을 해도 반영될 가능성이 떨어지고 존재감도 낮아져 결국 한국당 당내나 보수층에서 ‘거기에 왜 갔나’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강 수석이 어제 저를 방문해 대통령과 4당 대표의 회담을 제의했지만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손 대표를 만난 것은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하고자 만난 것”이라며 “다만 황 대표가 이에 응하지 않으니 황 대표가 못 오더라도 현안에 대해 당 대표들과 협의도 하고 설명도 구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손 대표는 “(강 수석은) 5당 대표 회동 얘기는 하지 않았다. 분명히 4당 대표 회담만 얘기했다”며 “한국당이 회동에 응하지 않으니 4당이 만나 국회가 열리도록 압력을 넣자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반박했다.
/이태규·양지윤·김인엽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