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단단하게 지탱해온 ‘최후의 보루’ 경상수지마저 맥없이 무너졌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줄어든데다 외국인 배당송금이 눈덩이처럼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국 수출의 대표주자인 반도체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진데다 미중 무역갈등과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로 양적으로도 수출물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은행이 세계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무역규모 자체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9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상수지는 6억6,48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7년 만이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브리핑까지 열어 ‘계절적 요인(배당금 지급)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한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의미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적자 내용을 뜯어보면 일시적 현상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의도된 오독’이다. 실물 부문 대외거래 성적표인 상품수지 흑자가 56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6억2,000만달러)에 비해 40% 넘게 줄었다. 한은과 정부가 적자 요인으로 지목한 배당금 지급은 49억9,000만달러 적자로 평소보다 규모가 큰 편이지만 지난해 4월(63억6,000만달러)보다는 오히려 줄었다.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반도체 경기 둔화 △글로벌 교역 축소라는 국내외 경제위기가 경상수지 적자의 근본원인인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까지 경상수지 적자는 반도체 등 주력수출품의 단가 하락에 따른 영향이 컸다. 하지만 향후 세계 교역량 감소로 수출 물량까지 줄고 미중 간 충돌로 대중 수출의 79%를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까지 타격을 받으면 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6개월 연속 수출 감소는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다가오고 있다는 전조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4월 경상수지 적자는 국가경쟁력 약화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숫자 이상”이라며 “산업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는 일종의 경고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