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무역전쟁이 단순한 ‘관세전쟁’이 아닌 ‘미래 패권경쟁’으로 우리나라가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회 미래혁식포럼 주최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중 전쟁,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주제의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선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외교를 잘해야 하는 운명적인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 센터장은 “미·중 갈등이 2011년쯤부터 진행됐고 드디어 고름이 터진 것”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에 잠정적인 봉합이 이뤄져도 앞으로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은 다양한 영역에서 20~30년 간 지속할 것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을 보면 굉장히 다른 나라”라며 “정치·인권·언론·종교 문제와 더불어 이데올로기 대립 등 만성적인 충돌의 뇌관이 무수히 많았다”며 “그동안 충돌을 막았던 게 무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사를 하면 서로 이익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충돌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제 무역이라는 미·중 갈등을 막는 완충제의 둑이 헐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미·중관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오지랖이 넓어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외교를 잘 못했기 때문에 나라 잃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 되는 이유에 대해 “중국이 항복할 것 같은데 안 하고 있다. 흥미로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은 서로 불신하고 적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은 자유주의 삶의 패턴을 바꿀 수 있는 라이벌이 중국이라 보고, 중국은 유일하게 공산당이 지배하는 정치체제를 바꿀 수 있는 게 미국이라는 위협 인식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미국과 중국에 실용적인 기회주의적 모습을 많이 보인 게 사실이고 현재는 미국도 중국도 한국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물러서지 않는 것은 ‘중국몽(夢)’이 가장 큰 배경이라고 했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임기제한 철폐는 공산당과의 거래(딜)”라며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시 주석이 청나라 때처럼 세계 1등 국가를 만들어주기 바라기 때문에 장기집권을 허용해준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미래혁신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수출대상 1·2위 국가인 미·중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대한민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를 봐왔는데 적자로 돌아서냐는 갈림 길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