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처형설 반박한 트럼프 “적절한 때 김정은과 만남 고대”

트럼프, 아일랜드 총리와 면담 자리서 김정은 옹호

처형설 반박, 美조야 협상 회의론 조기 차단 나선듯

北 최근 수차례 대미 메시지...美와 대화 갈구 반증

트럼프 대통령/서울경제DB트럼프 대통령/서울경제DB



‘하노이 노딜’에 대한 책임으로 신변이상설이 돌던 북측 인사들이 속속 복귀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숙청설을 정면 반박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인권문제와 관련 미국 조야 내 북미 협상에 대한 회의론을 조기에 차단하는 한편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기 위한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처형설이 나온 (북한) 사람들 중 1명은 처형되지 않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적절한 시기에 3차 정상회담을 갖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만큼 처형설이 나온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간 즉흥적인 성격으로 수치 등을 착각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력을 볼 때 김 부위원장의 강제노역형을 처형설로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제노역형에 처해졌다는 고위 당국자(김영철)와 처형됐다는 협상가(김혁철)를 혼동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하노이 노딜에 대한 책임으로 처형설이 나돌고 있는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하노이=연합뉴스하노이 노딜에 대한 책임으로 처형설이 나돌고 있는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하노이=연합뉴스


이날 아일랜드 섀넌 공항 VIP라운지에서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북미정상회담에 관여한 북한 인사들의 처형 보도를 봤느냐고 묻자 “보도가 정확한지 모르겠다”면서 “우리가 상대하던 신사들 중 한 명은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처형설을 정면 반박한 것은 국내 정치적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재선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의 처형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 조야에서 인권문제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면 협상 회의론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 북미 협상을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도 정적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김영철과 김여정이 무사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북한도 이 이슈를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라며 “협상이 깨진 게 아니고 단순 결렬된 채 계속 진행 되는 상황에서 협상의 책임을 물어 사람을 죽였다고 하면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떤 국가도 북한과 협상할 수 없는 반인도주의적 국가라는 낙인이 찍힐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대미 비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중국과의 패권경쟁 등 대외전선이 악화일로를 걷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노선은 최근 중국·이란·베네수엘라의 반발을 샀고 미국은 이미 3개 전선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했다. 북한까지 협상에서 이탈할 경우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는 강한 사람”이라며 “다들 김정은을 즉각 비난하고 싶어한다. 그가 죽임당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요전날 밤 극장에 있었고 그러니까 죽임당하지 않은 것이다. 나머지 4명은 모른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시 말하지만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거론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은 처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북한 대외 홍보용 잡지 ‘조선’에 소개된 2차 북미 정상회담 커버스토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베이징=연합뉴스북한 대외 홍보용 잡지 ‘조선’에 소개된 2차 북미 정상회담 커버스토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베이징=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협상을 하고 싶어하고 나도 그와 협상을 하고 싶다”면서 “나는 적절한 시점에 그를 만나기를 고대한다”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중대한 시험이 없었고 솔직히 핵실험도 장기간 없었기 때문에 꽤 잘 진행돼온 것”이라며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그리고 이전에는, 알다시피 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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