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우리는 누구나 보수적이기도 하고 진보적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지금 우리가 누리는 독립과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는 보수와 진보의 노력이 함께 녹아 있다”며 “이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 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오늘의 대한민국에는 보수와 진보의 역사가 모두 함께 어울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치권의 이념 대립 양상이 극렬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반목과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현충일을 맞아 사회 통합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며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는 누구나 보수적이기도 하고 진보적이기도 하다”며 “어떤 때는 안정을 추구하고, 어떤 때는 변화를 추구한다. 어떤 분야는 안정을 선택하고, 어떤 분야는 변화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보훈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보수와 진보의 편가르기를 벗어나 각자의 소신과 방식으로 상식의 틀 안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자는 뜻을 담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석주 이상룡 선생과 우당 이회영 선생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두 분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넘어 스스로 평범한 국민이 되었다”며 “노비 문서를 불태우고 모든 재산을 바쳐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뿌리 깊은 양반가문의 정통 유학자였지만 혁신유림의 정신으로 기득권을 버리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건국에 이바지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부터 시작해 한국전쟁까지 이어진 굴곡의 역사에서 한미 동맹이 가장 큰 힘이 됐음을 강조하며 미국에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은 뜻깊은 날 미국 의회에서는, 임시정부를 대한민국 건국의 시초로 공식 인정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제출했다”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한국 민주주의의 성공과 번영의 토대가 되었으며 외교, 경제, 안보에서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희생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한 나라는 미국이었다”며 “미국의 참전용사 3만 3,000여 명이 전사했고, 9만 2,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정부는 2022년까지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 안에 ‘추모의 벽’을 건립할 것”이라며 “미군 전몰장병 한 분 한 분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한미동맹의 숭고함을 양국 국민의 가슴에 새길 것이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0년, 우리는 식민지를 이겨냈고 전쟁의 비통함을 딛고 일어났으며 서로 도와가며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며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되찾은 나라를 지키고자 우리는 숭고한 애국심으로 전쟁을 치렀지만, 숱한 고지에 전우를 묻었다”며 “경제성장의 과정에서도 짙은 그늘이 남았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면서도 과거를 잊지 않게 부단히 각성하고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되새기며,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통찰력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에게 선열들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대한민국은 미래를 향한 전진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며 추념사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