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얼굴이 지난 7일 공개됐다.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지난 5일 고 씨의 신상공개 결정을 내렸지만 이틀 동안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다. 고 씨가 “얼굴이 노출되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다”며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체육복 상의를 뒤집어쓰는 등 얼굴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 씨의 얼굴은 지난 7일 오후 4시께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면서 노출됐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힌 고씨는 검은색 니트와 회색 체육복 하의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얼굴을 가리기 위해 풀어헤쳤던 긴 머리카락은 뒤로 묶었고 카메라를 향해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고 씨의 얼굴 공개 과정에서 강력 범죄자의 머그샷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 씨는 지난달 25일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최소 세 곳 이상의 장소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민들은 고 씨의 잔혹성을 지적하며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5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고 씨의 실명과 얼굴, 나이 등 신원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공공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는 범행수단이 잔인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고씨가 경찰서에서 진술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고 씨의 얼굴이 취재진에게 노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고 씨가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이동하는 바람에 얼굴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고 씨는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던 중 취재진 카메라에 얼굴이 포착됐다.
시민들은 신상공개를 목적으로 한 범죄자 신원 공개에 관한 법률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동 과정에서 얼굴을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예 머그샷(mug shot)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수사기관이 수감자의 정면, 측면 등을 찍은 범인 식별용 사진인 머그샷은 18세기 얼굴이라는 단어가 속어 머그(mug)로 불린 데서 유래했다. 수감자는 수인번호와 이름이 붙어있는 명찰이 달린 수감복을 입고 이 사진을 찍는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법 농단’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예외 없이 머그샷을 찍었다.
하지만 고 씨의 머그샷이 공개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찰이 피의자의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즉 마스크나 모자 착용과 같은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하지 않는 ‘소극적인 방식’으로만 공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직 현장 검증과 검찰 송치가 남아있지만 이 때도 경찰은 고 씨의 얼굴을 적극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
한편 미국·캐나다·영국·일본에서는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머그샷을 공개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유죄 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체포 시점에 범죄 혐의자의 머그샷을 촬영하고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