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안보는 생존과 직결…한미동맹 기초한 '우리만의 원칙' 세워야"

[치킨게임 치닫는 美中 갈등]

■서경펠로 진단

경제 어려워도 극복 가능…中보복 대응책 빨리 마련을

유럽, 美의 이란핵협정 탈퇴후 '다자질서' 원칙 내세웠듯

정부, 美中정상 방한 전에 사안별 대응전략 마련 필요




미국이 지난 1979년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이래 처음으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면서 미중관계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군 확보를 위한 미중의 외교도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거대세력의 대척점에 있는 한국에 대한 압박도 심해지고 있다. 그간 물밑에서 한국 정부에 반화웨이 캠페인 동참을 요구하던 미국은 주한 미국대사를 활용해 공개적으로 한국 기업의 화웨이 거래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질세라 중국 정부도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기업에 경제보복까지 시사하며 한국 단속에 나섰다. 서경 펠로(자문단) 및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9일 미중 간 패권경쟁이 경제에서 생존과 직결된 안보 영역으로 확전된 만큼 한미동맹을 기초로 한 우리만의 원칙을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때 우리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에 정부가 사안별로 대응전략과 분명한 원칙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달 말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를 전후로 한 시기는 한국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부인으로 시 주석의 방한설은 일단락됐지만 외교가에서는 한중정상회담이 머지않은 미래에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수세로 일관하던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을 강화하는 등 대미 기조가 변화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중국 편에 설 것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중국과의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면 좋지만 미중 갈등의 이면에는 해양세력을 대표하는 미국과 대륙세력을 상징하는 중국의 동북아 패권전쟁이 존재하기 때문에 안보동맹인 미국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서경 펠로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데 안보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고 경제는 조금 어려워도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며 “중국이 우리의 안보를 지켜주는 나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서경 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안보의 기본원칙은 한미동맹이기 때문에 그것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경제적 이득은 ‘국익’이라는 기준을 만들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중시 원칙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실제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중국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거래금지 조치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dire consequences)에 직면할 것”이라고 겁박했다고 보도했다.

서경 펠로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금 당장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우리 정부의 생존을 위해서는 5G 산업 경쟁력이 있는 삼성 등 국가 기업의 안보요인 비중을 높여 우리 기업을 보호하는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동북아에서 미중 패권경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만의 외교자산을 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화웨이 문제를 넘어서도 사드 배치 문제와 남중국해 항행 문제 등 우리가 입장을 밝혀야 할 미중 이슈가 많다는 지적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유럽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에도 다자질서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분명한 원칙으로 대응했다”며 “예컨대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양보하지 않는다는 우리만의 외교적 자산을 축적해야 양자택일 상황에 몰리는 최악의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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