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캐러밴 못막으면 후속조치"...관세폭탄 불씨 남아

[美-멕시코 관세·이민협상 타결]

멕시코, 남부 국경에 군병력 배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합의

트럼프 "관세부과 무기한 연기"

기아차 등 韓 진출기업도 안도

펠로시 "분노발작은 협상법 아냐"

관세 무기화에 미국내 비판 거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멕시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지 8일 만에 멕시코가 국경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들을 수용했다. 미국과 멕시코가 벌인 ‘관세 및 불법이민 협상’이 타결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카드는 무기한 연기됐지만 미국 측이 불법이민자 단속 및 감소 상황을 점검해 추후 대응을 결정하기로 해 불씨는 남은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문제가 아닌 이슈에도 관세를 무기화하며 독선적 행태를 보인 데 대해 미국 내에서조차 비판이 들끓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대표단은 7일(현지시간) 멕시코를 거쳐 중미 난민들이 미국에 망명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이민을 시도하는 것을 최소화하거나 근절하는 방안들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 합의안에 서명했다”면서 “10일 부과 예정이던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이민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멕시코 수입품에 10일부터 5% 관세 부과를 경고한 지 8일 만이며 양국이 고위급 협상에 나선 지 사흘 만이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합의안에 따르면 멕시코는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등 중미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소위 ‘캐러밴’ 행렬을 최대한 막기 위해 남부 국경에 6,000명 이상의 군 병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 중미 이민자들이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해도 일단 멕시코로 신속히 돌려보내고 망명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멕시코에 머무르며 멕시코 정부가 이들의 일자리와 건강보험·교육 등을 지원·관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멕시코가 인신매매 및 불법이민·송금조직 단속 및 처벌에 적극 나서는 한편 미 당국과도 정보를 공유해 불법이민 관련 활동을 근절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멕시코가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사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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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부과 시행일을 사흘 앞두고 협상이 타결돼 멕시코는 물론 현지에 진출한 수천개의 미국 기업, 주요 한국 기업 등도 양국 합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설립한 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경고 이후 잔뜩 긴장한 채 추이를 지켜봐왔다.

하지만 관세 폭탄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이번에 합의한 조치들이 기대만큼 캐러밴을 막지 못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하기로 하고 90일 이내에 후속 논의를 벌인다는 내용을 멕시코와의 공동선언문에 포함했다. 멕시코 국경을 통한 망명 신청자나 불법이민자 숫자가 확연히 줄지 않으면 트럼프 정부가 전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8일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으리라는 것이 우리의 기대” 라며 “확실히 그게 아니면(멕시코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 권한(관세 부과)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멕시코가 미국 측의 요구 사항들을 대폭 수용하며 이뤄진 합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경제적 성과를 거뒀다며 기쁨을 표시했지만 미국 내에서는 우방국마저 관세로 위협하는 일방적 행태로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8일 성명을 내고 “위협과 ‘분노발작(temper tantrum)’은 외교정책에 대해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라며 “이번 합의에 매우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7일 기자들과 만나 내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멕시코를 벌주는 것은 매우 나쁜 아이디어로 미국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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