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조문단 파견 가능성…이희호 여사, 마지막까지 남북가교 될까

전문가 "北의 남북대화 의지 판단 근거될 것"

2011년 12월 26일 이희호 여사가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에 조문한 뒤 상주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연합뉴스2011년 12월 26일 이희호 여사가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에 조문한 뒤 상주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남북 가교 역할을 했던 이희호 여사가 지난 10일 별세한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북한이 이 여사의 장례식에 조문단을 파견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북한은 남북관계가 어려운 시기에도 한반도 정세 개선에 큰 역할을 한 인사의 장례에는 조문단을 남측으로 보냈었다.

북한이 이번에도 조문단을 보낼 경우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불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정세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11일 “남북한 상호인정과 화해협력에 혁혁한 기여를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6·15 남북정상선언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별세했다”며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 그리고 조문단의 위상 여부가 향후 김 위원장의 남북대화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측 조문 사절단이 2009년 8월 21일 국회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북측 조문 사절단이 2009년 8월 21일 국회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정 본부장의 설명처럼 과거 북한이 남측으로 보낸 조문단의 위상은 조문 대상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바로 다음 날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고, 특사 조의방문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흘 뒤인 8월 21일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6명으로 구성된 특사 조의방문단이 특별기 편으로 서울을 찾았다. 조의방문단은 조문 뿐 아니라 사실상 대남 특사 역할을 했다.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는 김정일 위원장 명의의 조전만 보냈다. 게다가 조전을 보낸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계획대로 강행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선 핵실험에 대한 분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또 2001년 3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별세 했을 때는 송호경 당시 아태 부위원장 겸 통전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조문단을 파견했지만 2003년 8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장례식장에는 조문단을 보내지 않은 채 금강산에서 추모행사를 했다.

정 본부장은 “이희호 여사가 전직 대통령이 아니고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 북유럽 순방 중이기 때문에 북한은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고위급 대표단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2011년 서거했을 때 이희호 여사가 직접 평양을 방문해 조문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기 때문에 북한이 2009년에 파견한 것과 동급의 고위급 조문단을 보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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