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감사대란 막자"...회계감독 대수술

신외감법 도입으로 현장 혼란 커지자

제재중심 '검사'서 사전지도 '심사'로

가벼운 위반 땐 재무제표 수정 권고

오류 스스로 정정하면 면책도 적용

내부통제 심사는 코스닥까지 확대

주관사 책임 커져 IPO 위축 우려도

1415A23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 주요 내용



금융당국의 회계감독 방식이 적발과 제재 중심의 ‘감리’에서 사전지도 위주인 ‘심사’로 바뀐다. 정부가 투명한 회계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신외감법을 도입하는 등 초강력 조치를 펴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 과한 부담과 극심한 혼란이 잇따르자 ‘감사 대란’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회계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기업·회계법인·학계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사전 예방·지도 중심 감독 방식의 도입이다. 지금까지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단순 과실이라도 해당 기업을 정밀감리 대상으로 삼았지만 앞으로는 가벼운 위반에 대해서는 재무제표 수정을 권하고 기업이 이를 반영해 공시하면 절차를 마무리한다. 재무제표 심사 기간은 3개월 이내로 기간 예측이 어려운 감리와 비교해 신속한 회계감독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개선안이 시행되면 최근 3년간 평균 20년이었던 상장사의 감리주기가 당장 내년부터 13년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이 회계오류를 자진해서 정정한 경우 면책도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재무제표 심사 결과 기업의 회계기준 위반 동기가 ‘과실’에 해당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회계기준 위반에 대한 회사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재무제표 심사 대상에서도 제외하기로 했다.


또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제재 우려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심사·감리 중인 사안의 회계기준에 대한 질의창구를 기존 금감원 1곳에서 한국회계기준원까지 2곳으로 확대하고 질의회신 내용과 관련 재무제표 심사, 감리처리 결과는 사례로 정리해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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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제재의 숨통을 틔워주는 대신 시장 참여자의 책임은 확대한다. 금융당국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업 재무제표에 대한 상장주관사인 증권사와 한국거래소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전까지 상장준비기업의 진술내용에만 책임을 졌던 상장주관사는 기업 재무제표를 포함한 중요 사항 허위기재와 기재누락을 적발할 책임을 지게 된다. 특히 재무제표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상장심사 신청 시 확인내역을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상장주관사의 부실 실사에 대한 20억원의 과징금 한도도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또 한국거래소를 통해 현재는 코스피 상장 심사 때만 의무화된 내부통제 시스템 심사를 코스닥 상장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 심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상장준비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상장주관사의 책임을 확대하고 자금 사정이 어려운 코스닥 상장준비기업에까지 내부통제 시스템 심사를 확대 적용하는 것은 가뜩이나 침체된 IPO 시장을 더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에 회계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상장심사 지연 및 비용 증대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비상장사 중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에만 제한됐던 금감원 감리 대상은 자산 1조원 이상 비상장사로 확대된다. 자산 1조원 이상임에도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이 아니어서 금감원의 감리를 피해간 대표적 사례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염두에 둔 조치다.

금융당국은 금감원 내부지침 개정을 통해 3·4분기 내 재무제표 심사 방식 등 개선안의 주요 내용을 시행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이번 방안은 기존의 사후적발·제재감독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장참여자들이 신뢰도 높은 회계정보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도록 당국이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개혁이 성공하려면 낡은 질서 속의 익숙함과 단호히 결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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