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독립기념일인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탐사 전문기자 이반 골루노프를 체포한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골루노프 체포가 사실상 언론탄압이라며 경찰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대는 모스크바 도심에서 “푸틴 없는 러시아”, “차르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가두 행진을 벌였다. 일부 참가자는 항의 표시를 위해 지난 10일 주요 일간지 세 곳이 1면에 쓴 “내가 이반 골루노프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기도 했다.
러시아 경찰은 이번 시위가 불법적이라며 시위대 해산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은 참가자들을 연행했다. 연행된 시위대에는 유명 야권 운동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나발니와 유명 기자 및 활동가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 감시단체 ‘OVD-Info’는 경찰이 513명을 연행했으나 대부분 석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현행법은 한 명 이상이 참가하는 시위 개최를 위해서는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모스크바시는 이번 시위를 허가하지 않았다. 시 당국은 이러한 규정에 대해 TV 생중계 토론을 하자는 시위 주최 측의 제안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일 러시아 경찰은 온라인매체 ‘메두자’의 골루노프 기자를 불법 마약 거래 혐의로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모스크바 시내에서 골루노프 검문해 배낭에서 마약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본 적도 없는 마약”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여론이 악화하자 경찰은 닷새 만인 지난 11일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수사를 종료하고 골루노프를 석방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골루노프 석방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체포 과정에 대한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체포에 가담한 경찰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골루노프가 최근 장례업계에 진출한 마피아와 정부 관료의 유착 문제를 취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체포가 언론탄압이라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