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소영(가명)씨는 최근 자신의 애완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한 저축은행의 반려동물 전용 적금에 가입하려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사진으로 증명해야 해서다. 김씨는 “펫족을 겨냥한 반려동물 적금은 금리가 3%가 넘는데다 강아지와 추억도 남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을 위한 다양한 금융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어느 것을 가입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000만 시대에 진입하면서 금융권이 펫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돈을 불릴 수 있는 예·적금과 양육비를 아낄 수 있는 카드는 물론 부득이한 사정으로 애완동물을 직접 키울 수 없을 때를 대비하는 신탁까지 상품 구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펫코노미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인터파크 펫 애플리케이션에서 발급된 금리 우대 전용 쿠폰을 등록하면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각종 우대금리로 0.6%포인트까지 받을 수 있으며 1년 가입 기준 연 금리로 최고 2.75%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만기 이자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은 국민은행이 반려동물 보호를 위한 기부금으로 출연한다. 가입계좌 수로 지난 3월 기준 1만5,381좌를 기록하며 틈새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위드펫적금’은 매달 30만원까지 납입 가능한 1년 만기 적금상품으로 △반려동물 QR코드 등록 △동물 등록증 보유 △펫 다이어리 사진 등록 등 우대금리 요건을 충족하면 연 최고 2.25%의 금리를 제공한다. 반려동물의 치료비 지출이 필요할 경우 중도 해지해도 약정 이자율이 보장된다.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상품도 눈에 띈다. 가입고객이 죽거나 병환 등으로 반려동물을 돌볼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은행에 반려동물 양육자금을 맡기는 상품이다. 은행은 새로운 부양자에게 반려동물 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한다. 국민은행의 ‘KB펫코노미신탁’은 일시금을 맡기는 경우 200만원 이상, 월 적립식인 경우 1만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납입 최고한도는 1,000만원이며 보호자 사망에 따른 신탁재산의 교부방법을 일시금 지급 방식과 분할 지급 방식으로 다양화했다. KEB하나은행의 ‘펫사랑신탁’의 가입금액은 최소 1만원에서 최대 1억원이며 추가 납입 및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
저축은행 업권에서도 반려동물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SBI저축은행의 ‘스타펫적금’은 우대금리를 0.9%포인트까지 적용해 최고 연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SBI저축은행이 운영하는 SNS에 반려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영업점에서 업로드한 사진을 직원에게 보여주면 가입할 수 있다. SBI저축은행은 가입고객에게 지급하는 만기 이자금액의 1%를 반려동물 보호를 위해 직접 출연, 기부하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도 연 3.0%의 금리를 주는 ‘JT쩜피플러스정기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통장을 개설할 경우 반려동물의 이름을 가입자명과 함께 기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애큐온저축은행은 펫족을 겨냥해 ‘마이펫정기적금’과 ‘마이펫정기예금’을 선보이고 있다. 두 상품 모두 연 2.0%의 금리가 적용되며 반려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가지고 영업점을 방문하면 가입할 수 있다.
반려동물 사진으로 증명하면 年금리 3.5%
시중銀서 저축銀까지 펫전용 적금 쏟아져
돌볼수 없을때 대비, 양육자금 신탁상품
동물병원 등 관련업종 10% 할인 카드도
펫족 1,000만 시대에 금융권 공략 가속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의 월평균 양육비는 12만8,000원,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의 경우 12만원에 달했다. 둘 다 양육하는 가구는 23만8,000원을 썼다. 지난해 연간 기준 1인 가구 월평균 지출액이 177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려동물 양육비가 10~20% 수준에 달한다는 얘기다. 양육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반려동물 전용 카드상품이 각광받는 이유다. IBK기업은행은 반려동물 관련 가맹점 1만2,000여곳에서 결제할 때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참! 좋은 내사랑 펫 카드’를 선보였다. DGB대구은행의 ‘펫러브카드’는 동물병원 이용 시 20%, 식품·미용 등 반려동물 업종 이용 시 10%의 청구할인을 각각 제공하며 KB국민카드의 ‘펫코노미카드’는 동물병원·반려동물숍·동물검사소 등 반려동물 관련 업종에서 30% 할인을 제공한다. 이 같은 카드상품으로 반려동물 양육비를 일정 부분 아낄 수 있다. 우리카드도 펫 카드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 관리 서비스도 금융권에서 선보였다. 신한카드는 최근 반려견 관련 보험 가입, 각종 용품 할인은 물론 장례비까지 보상해주는 ‘펫케어 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입원비로 1일 3만원씩 연간 7일까지, 수술비의 경우 1건당 10만원씩 연 3회까지 지원하며 다양한 반려견 교육·여행 등의 서비스도 할인해준다. 서비스 이용료는 월 1만4,900원이며 신한카드로 자동이체하면 된다. 삼성카드도 반려동물 콘텐츠 제공 플랫폼인 ‘아지냥이’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앱 다운로드 수가 50만건을 넘어섰다.
이처럼 금융권이 너도나도 펫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3,322억원에서 2023년 4조5,78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반려동물 특화 금융상품이 발달했지만 국내는 아직 더딘 실정”이라며 “이색 상품처럼 여겨지는 펫 상품이 일상생활로 스며들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