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올해 1·4분기 해외에서 카드로 결제한 이용액은 총 46억8,000만달러(약 5조5,400억원)로 전년 동기(50억7,200만달러) 대비 약 7.8% 줄었다.
1·4분기 기준으로 총 해외 카드 이용액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특히 카드 한 장당 사용금액은 274달러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적었다.
해외에서 카드 결제 규모가 줄어든 것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비용이 많이 드는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일본이나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와 같은 인근 국가로 떠나는 추세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4분기 베트남 출국자가 전년 동기 대비 24.4%나 늘었으며 마카오·홍콩으로 떠난 한국인도 각각 9.2%, 5.5% 증가했다. 반면 캐나다나 호주의 경우 6.1%, 0.7%씩 감소해 장거리 여행 선호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하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카드사들은 해외 결제 규모마저 줄어들자 비상이 걸렸다. 휴가철로 접어든 만큼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통해 해외여행객을 고객으로 유치해 실적 감소를 만회하겠다는 것이 업계의 구상이다. 신한카드는 이달 초 대한항공 마일리지 특화 카드인 ‘에어 원(Air One)’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국내 일시불·할부, 해외 일시불 이용금액 1,000원당 1마일리지를 무제한 적립해준다.
하지만 국내 간편결제 사업자가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카드사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통해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의 해외 사용을 허용했다.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해외여행 1위 국가인 일본부터 공략하는 데 나섰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페이 일본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NHN페이코와 카카오페이도 연내 페이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이들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동남아 등지로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가입자 수가 네이버페이 3,000만명, 카카오페이 2,800만명, 페이코 900만명에 달해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간편결제는 신용카드보다 해외 이용 수수료가 적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비자와 마스터카드 결제망을 활용하는 카드보다 가맹점이 적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