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 밝히기 쉽지 않은 의료사고는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해 다른 청 사건이라도 보건·의약분야 블루벨트 인증을 받은 전문검사가 사건을 검토·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7일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만난 이선미(35·로스쿨 1기) 검사는 기자와 마주하고 첫 인사부터 전문검사제도가 의료사건의 해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강조할 만큼 뼈 속까지 의사 출신임이 묻어났다. 의사 출신 검사는 현재 전국에 총 5명. 이 검사는 “의사협회에 자료를 보내 의견을 듣는 것과 수사하는 사람이 의료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다른 청에서 사건이 발생했더라도 보건·의약분야에서 블루벨트 인증을 받은 전문검사가 해당 수사를 검토 내지는 수사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건·의약 분야 전문검사들은 대한의료법학회와 주기적으로 만나 의견도 나누고 자료를 공유한다. 그지만 정작 수사검사가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가 수사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의사 출신 검사를 제대로 활용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 검사의 생각이다.
이 검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개업의로 일하다가 의료법 공부에 뜻을 품고 로스쿨에 진학했다. 논란이 많은 의료사고를 해결하는데 일조하기 위해 꿈이었던 의사를 포기하고 검사로 돌아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 같은 의지 덕분에 지난해에는 ‘보건·의약’ 분야 블루벨트(2급 공인전문검사) 인증를 받았다.
이 검사는 의료사고 사건을 수사할 때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걸로 적극적인 초기 대응을 꼽았다. 그는 “의료사고 사건은 기소율도 낮고 유죄로 인정되는 비율도 상당히 낮아 이는 의료인의 과실을 밝히기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라며 “모든 결과는 원인이 있기 마련인데 의료사고는 특히 과실의 책임을 특정하기가 상당히 힘들어 사고 발생일과 멀지 않은 시간 내에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검토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의사 출신다운 이 검사의 활약은 2013년 춘천지검에 근무할 때 발휘하기 시작했다. 오랜 동안 공부한 의료지식을 활용해 의료기록을 재검토해 의사를 기소했다. 10대 후반의 소년이 수상놀이를 하다가 급작스런 흉통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지만 사망했다. 이 검사는 소년이 죽게 된 이유에 의문을 품고 진료기록을 꼼꼼히 살폈다. 엑스레이 상 대동맥이 파열된 징후를 발견했다. 이 검사는 “엑스레이 상 소견은 의사가 바로 응급수술을 들어갔어야 했지만 의사가 병원을 옮기는 조치를 취했고 수술 골든타임을 놓쳐 소년이 사망했다”고 회상했다. 이 검사의 의료지식 덕분에 당시 담당의에 대한 과실을 발견한 것이다.
2015년 안과 항생제 사건에서도도 의사 출신 이 검사의 능력이 발휘됐다. 안검하수를 치료하는 간단한 시술이었지만 50대 남성 환자는 수술실에 들어간 후 영영 눈을 뜨지 못한 사건이다. 경찰은 의사를 불기소로 송치했지만 이 검사가 항생제 거부반응을 포착하면서 기소하는 반전상황을 이끌어냈다.
이 검사는 의료사고의 수사 목적은 의료인에 대한 형사 처벌이 돼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전문성 있는 수사를 통해 의료인이 과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충분한 보상이 중요하다고 것이다. 그는 “의료사고는 고의범이 아니라 과실범으로 의료인이 주의를 기울이는 게 덜했다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전문성을 높여 잘 살펴야 의료인들도 경각심을 갖게 되고 그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약력
△2008년 서울대 의학과 졸업 △2008~2012년 화정벌의원 원장 △2012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2013년 춘천지검 형사부 △2015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부 △2018년 의정부지검 공판검사 △2018년 전문검사(블루벨트) 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