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한보·미도의 경우 5월에 9~10건 정도 거래되면서 호가는 작년 최고가 수준을 거의 회복했습니다. 6월 들어 가격이 최고점에 근접하면서 매물도 없고, 추격 매수세도 주춤해졌습니다. 급등은 힘들겠지만 호가도 내려갈 거 같지 않습니다. 금리 인하가 시장에 어떻게 작용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 입니다”(강남구 대치동 B 공인중개사)
18일 본지가 찾은 대치·압구정·잠실 등 서울 강남 주요 지역 현장은 급매 소진 후 호가 상승이 이어졌던 4~5월에 비해서는 조용해진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싼 매물이 남은 일부 단지에는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가격이 오른 곳은 매수 문의가 확연히 감소한 모습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굳혀지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매수자들은 오른 호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호가 안 내려간다’, 추격 매수는 주춤 = 전고가에 근접하며 분위기 반전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대치동 은마의 경우 전용 84㎡ 호가가 19억 5,000만 원까지 올라 지난해 고점(20억5,000만 원)에 근접해 있다. 대치동 M 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가 오르자 매수세는 전보다 덜 하고, 거래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투자 문의는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은마의 경우 지난 4월에만 13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물 시세가 오르면서 5월에는 절반가량 줄었고, 6월에는 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마의 영향을 받은 인근 한보미도·선경 등의 재건축 단지도 호가가 오르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작년 23억 5,000만 원에 거래됐던 선경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현재 23억 원 선까지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5월 말 이후 시장이 잠잠해졌는데 금리 인하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다”고 말했다. 반면 대치동 일반 아파트는 거래도 거의 없고 약보합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의 경우 지난달 5월 전용 94.49㎡가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거래 건수는 4월~5월 10건 미만으로 알려졌다.
압구정동 일대도 이달 들어 주춤한 분위기다. 압구정 G 공인중개사 대표는 “압구정 신현대 전용 106㎡가 22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이 나온 후 지금 호가는 모두 24억 원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며 “매물이 없어서 실제 거래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매도인들도 상승세라는 것을 인지해 매수세가 달려들면 가격을 올려버린다”고 덧붙였다.
신사동 D 공인 관계자는 “구현대에서 싸게 나왔던 매물이 해소되면서 지금은 조용해졌다. 신현대도 50평형대 매물이 많이 팔렸다”며 “호가가 오르면서 매수인들이 무리하지 않으면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만 해도 압구정 아파트 매매계약 체결 건수가 30~40건이었으나 이달 들어서는 10건 미만으로 감소했다.
◇ 금리 인하, 추격매수 다시 살릴까? = 송파구 잠실 일대 또한 가격이 오르면서 거래가 뜸해졌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엘스·리센츠 전용 84㎡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줄다리기 속 17억 5,000만 원에 거래돼 지난해 고점(18억 5,000만 원) 근처까지 근접했다. 잠실동 H 공인 대표는 “물건이 나와 있는 것은 거의 다 팔린 것 같다”며 “6월에도 집 보러 오는 사람은 꾸준한데 호가가 오르다 보니 거래 성사는 드물다”고 말했다. 잠실동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엘스 전용 84㎡의 가격을 18억 원까지 내놓은 집주인도 있다”며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도 상황은 비슷하다. 반포동 D 공인중개사 대표는 “4~5월 동한 반짝 팔리고 추격매수는 없다. 호가는 작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며 “6월 들어 매매 문의가 확 줄었지만 호가가 내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추세적인 상승을 논하기에는 거래량이 적다”면서도 “지난 1일부로 보유세 과세 부과 기준시점 지났지만 매물이 안 나오고 있고, 재건축 단지 가격이 상승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시장에서는 더 이상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대 변수는 금리 인하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아무래도 금리가 인하되면 집을 보유해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 경기가 불확실하고 모호해지면서 실물자산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권혁준·이재명·박윤선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