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국내 제철소 고로(용광로) 가동중단 조치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민관협의체가 출범했다. 정부와 지자체·철강업계·전문가·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다. 철강업계는 고로 조업 중단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길이 생겼다며 반기는 모습이다.
철강협회는 21일 고로 가동 중단과 관련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협의체’가 발족했다고 밝혔다.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세 명, 충남도·경북도·전남도 등 지자체 세 명, 포스코·현대제철·대한상공회의소 등 업계 세 명, 이준호 고려대 교수 등 철강 전문가 여섯 명, 당진·포항·광양 지역 시민단체 네 명으로 구성됐다. 이 협의체는 환경부가 주도해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협의체장도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이 맡는다.
협의체는 △고로에서 나오는 오염물질과 배출량 파악 △해외 제철소 운영 현황 조사 △오염물질 저감 방안, 제도 개선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지자체와 철강업계가 갈등을 빚었던 고로 조업 중단 조치의 합리적 해결책을 찾자는 취지다. 안전밸브(블리더) 개방이 고로 정비 때 꼭 필요한 조치인지, 안전밸브를 열면 실제로 오염물질이 배출되는지, 안전밸브 개방 외에는 대안이 없어 해외 제철소에서도 이 방식을 쓰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볼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는 일단 협의체 출범을 반기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업계 입장을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고로 가동중단 지시를 내린 게 문제였기 때문에 협의를 한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일”이라며 “합리적인 해결책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업계는 과학적으로 따져볼 경우 업계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업계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모두 참여하는 만큼 여기서 나온 결론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며 “업계의 주장이 검증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지자체가 ‘철강사들이 일관제철소의 고로에서 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하고 있다’며 고로 가동중단 조치를 내리거나 검토하면서 불거졌다. 고로를 정비할 때 안전밸브를 임의로 개방하는 방식을 문제 삼았다. 충남도가 현대제철의 당진2고로 가동을 다음달 15일부터 열흘간 중단하라고 명령했고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가 있는 경북도와 전남도는 청문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에 현대제철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포스코도 가동중단 조치가 내려질 경우 행정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고로 정비 때 안전밸브를 열지 않으면 폭발 위험이 크고 전 세계적으로 블리더 개방 외에는 대안이 없으며 블리더를 열어도 실제 배출되는 것은 대부분 수증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10일간 고로 가동을 중단하면 고로 내부가 식어 균열이 일어나고 재가동하는 데 3~6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철강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