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비취빛 沼...神弓의 전설이 깃든 듯

(19)포천 비둘기낭 폭포-'최종병기 활'
주인공 남이가 淸군대 추격 피해
잠시 한숨 돌리며 목 축이던 곳
수십만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한탄강 주상절리 계곡 아래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 '절경'
인근엔 길이 200m 하늘다리도

  • 나윤석 기자
  • 2019-07-02 11:06:14
  • 라이프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비취빛 沼...神弓의 전설이 깃든 듯
비둘기낭폭포를 찾은 여행객들이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은 간명하고 당당한 제목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역사의 한 토막에서 빌려온 서사를 군더더기 없이 펼쳐놓은 뒤 ‘활’이라는 무기의 활동사진적 쾌감을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김한민은 1,6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명량’으로 한국 최고의 흥행 감독이 됐으나 전작인 ‘최종병기 활’은 이미 그에게 ‘사극 마스터’의 자질이 충분함을 입증하는 전주곡이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역적으로 내몰린 아버지를 어린 나이에 잃은 조선 최고의 신궁(神弓) 남이(박해일분)다. 역적의 자손인 탓에 관직으로 나갈 길이 막힌 그는 꿈도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지만 활을 쏘는 재능만큼은 누구보다 빼어나다. 그런 남이가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로 끌려간 누이(문채원분)와 매제(김무열분)를 구하기 위해 만주로 달려가는 이야기가 ‘최종병기 활’을 떠받치는 서사의 핵심 기둥이다.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비취빛 沼...神弓의 전설이 깃든 듯
영화 ‘최종병기 활’의 스틸컷.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비취빛 沼...神弓의 전설이 깃든 듯
영화 ‘최종병기 활’ 캡처.

경기도 포천에 가면 ‘최종병기 활’의 클라이맥스 촬영지를 만날 수 있다. 한탄강 지질공원 안에 위치한 ‘비둘기낭폭포’는 영화에서 청나라 군대의 추격을 따돌린 남이(박해일분)가 잠시 한숨을 돌리며 목을 축이던 곳이다. 지질공원 입구에 차를 대고 100m 정도만 걸으면 비둘기낭폭포로 내려가는 나무 데크길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여느 관광지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별 기대 없이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비취빛 沼...神弓의 전설이 깃든 듯
비둘기낭폭포 입구에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그런데 웬일인가. 몇 발자국만 옮기면 마치 순간이동을 통해 먼 곳으로 날아온 듯 사뭇 다른 풍광이 짠하고 나타난다. 현무암이 깎여나가며 형성된 협곡은 최대 높이가 30m에 이를 만큼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고 기둥 모양으로 암석의 틈을 벌려놓은 주상절리는 기나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저 높은 곳에서 낙하하는 물소리, 온몸의 땀을 식혀주는 바람은 마치 여행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만을 뽑아 인공적으로 조성한 테마파크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가파른 경사 위에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처럼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아찔한 감각도 느껴진다. 폭포 아래에 둥그렇게 자리한 강물은 잉크와 물감을 한가득 뿌려놓은 듯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인다. 안전 문제로 강물에 이르기 전 데크길을 막아놓은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비취빛 沼...神弓의 전설이 깃든 듯
한탄강 지질공원에서 비둘기낭폭포로 이어지는 나무 데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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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낭폭포의 에메랄드빛 강물.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비취빛 沼...神弓의 전설이 깃든 듯
비둘기낭폭포에 펼쳐져 있는 주상절리 협곡.

신생대 제4기인 약 50만년 전에서 13만년 전 사이 화산 폭발로 용암이 뒤덮인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현무암이 깎여 주상절리 협곡을 이룬 관광 명소다. 불무산의 불무천에서 흘러나온 물줄기는 비둘기낭폭포로 떨어진 다음 한탄강으로 합류한다. 한탄강은 북한 평강군에서 발원해 철원·포천·연천을 거쳐 임진강과 만나 한강으로 흐른다. 폭포의 이름은 주변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비취빛 沼...神弓의 전설이 깃든 듯
한탄강 지질공원에 있는 200m 길이의 하늘다리.

비둘기낭폭포에서 7분 정도만 걸으면 한탄강 지질공원이 자랑하는 또 다른 명소인 ‘하늘다리’가 보인다. 지난해 5월 포천시가 38억원을 들여 만든 이 다리는 50m 높이에서 주상절리 협곡의 웅장한 기세와 한탄강의 고요한 물줄기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총 길이 200m 가운데 일부 구간에 깔린 유리바닥 위에 서면 하늘이 빙그르르 도는 듯한 스릴이 느껴진다. 올해 4월 문을 연 지질공원 센터도 가볼 만하다. 주차장 인근에 자리한 이곳은 한탄강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전시·체험관이다. 상설 전시관은 물론 생태 체험관과 ‘협곡 탈출 영상관’ 등 모든 시설을 개관 기념으로 올해 12월까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비취빛 沼...神弓의 전설이 깃든 듯
한탄강 지질공원에 있는 200m 길이의 하늘다리.

‘최종병기 활’의 스토리는 관객의 눈물·콧물을 짜낼 만한 요소로 가득하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남매의 구구절절한 사연, 오랑캐에게 붙잡힌 오라버니의 구출 서사는 그 자체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하지만 감독은 흔해 빠진 감상주의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은 채 허공을 가르며 시원하게 뻗는 화살처럼 시종일관 경쾌한 발걸음으로 내달린다. ‘최종병기 활’과 ‘명량’ 두 편으로 사극의 장인이 된 김한민은 다시 한 번 이순신 장군의 생애와 리더십을 탐구한다. 그는 ‘명량’을 포함하는 이순신 3부작을 계획하고 차기작 준비에 돌입했다. 2부와 3부의 제목은 각각 ‘한산’ ‘노량’이며 이순신 장군 역할은 ‘최종병기 활’에서 호흡을 맞춘 박해일이 맡는다. /글·사진(포천)=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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