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마다 한발 먼저 회담 장소에 등장했던 가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일본 오사카에 나타났다. 지난해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과 올 2월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세 번째 출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 ‘깜짝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에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언젠가 김 위원장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교착 타개를 위한 톱다운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김 위원장과의 재회 시점에 대해 ‘언젠가’로 언급, 서두르지 않겠다는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관해 이야기해줄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저 멋진 편지가 오갔다”며 “그는 내 생일에 관해 아름다운 편지를 썼다. 여러분 알다시피 지난 주 내 생일이었다. 그는 내게 아름다운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지난 14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만 73번째 생일이었다.
그는 이어 “매우 멋졌다고 생각한다. 그저 두 통의 우호적인 편지들이었다”이라며 “우리는 매우 잘 지낸다”라고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 추가 만남에 대한 언급은 없었나’라는 질문을 받고 “아마도 있었을 수 있다(maybe there was)”고 답한 뒤 “그러나 여러분 알다시피 어느 시점에(at some point) 우리는 그것을 할 것(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우 잘 지내고 있다고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상 간 톱다운 대화의 불씨를 이어가면서도 “어느 시점에 만날 것”이라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점이 당장은 아니라는 걸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가시적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는 미국의 원칙에 따라 ‘선(先) 실무협상 재개’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전날 전화 브리핑에서 29∼30일 방한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언급한 만남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남북 접경지인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정상간 깜짝 만남이라는 ‘파격 이벤트’의 연출 가능성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었으나, 전날 미 정부 관계자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선을 그은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27일 서울에 먼저 도착하는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 기간 북측의 호응으로 북미간 실무접촉이 전격 성사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