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유경제·원격진료 해법 또 빠져...변죽만 울린 서비스업 혁신대책

[정부 경제활력대책회의]

정책금융 70조 풀고 稅지원

'게임 셧다운' 단계적 완화 등

'50만 일자리' 플랜 꺼냈지만

"돈풀기만 되풀이" 시장 냉담




정부가 관광·보건·콘텐츠 등 유망 서비스산업에 대한 지원을 제조업 수준으로 확대해 오는 2023년까지 서비스업 분야에서 5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5년간 7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고 창업 후 5년간 소득·법인세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혜택도 모든 서비스 업종에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차량·숙박 공유경제, 원격진료의 사례처럼 겹겹이 얽힌 규제와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할 방안은 제외되고 정책자금 지원과 세제혜택 등 돈 풀기가 대책의 다수여서 ‘변죽만 울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기사 16면

정부는 2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서비스산업 혁신전략’과 ‘물류산업 혁신방안’ ‘섬유패션산업 활력제고방안’을 확정했다.


서비스 혁신 전략에는 앞으로 5년간 정부 서비스 연구개발(R&D)에 6조원을 투자하고 민간의 R&D 촉진을 위한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창업 후 3년간 부담금 면제, 초기창업 패키지 사업 지원 등 제조업 분야의 중소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제공되던 각종 혜택도 사행산업을 뺀 모든 서비스업으로 대상을 넓힌다. 관광특구에도 외국어 표시 의료광고를 허용하고 방한 관광객의 쇼핑 활성화를 위해 사후면세점의 즉시 환급 한도는 1인당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린다.

게임산업의 대못 규제로 문제 제기가 많았던 ‘셧다운제’도 완화된다. 셧다운제는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0시부터 오전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인터넷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로 지난 2011년 도입됐다. 정부는 이 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에 따라 부모가 요청하면 적용을 제외해주는 ‘부모선택제’ 등을 올해 안에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게임업계의 숙원사업인 성인 월 50만원 결제 한도 제한도 폐지된다.


정부는 택배·배송대행업을 위한 근거법을 제정하고 택배 종사자의 일자리 안정을 위한 제도도 마련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대도시권 유휴부지 2~3곳에 대규모 물류시설 입지를 확정하고 운송가맹사업 허가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등 각종 규제도 완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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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효성이다.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의 보도자료만 총 35쪽에 달할 만큼 방대한 내용이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굵직한 규제개혁과 명쾌한 법령 해석,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갈등 조정 등 정작 정부가 나서 풀어줘야 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쏙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스스로도 2001년 이후 20차례에 걸쳐 내놓은 서비스산업 대책을 두고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상당수 과제가 이해관계 대립 등으로 제도화되지 못하거나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자평했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이번에도 내놓지 못했다.

‘타다’ 나 ‘카카오T’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이번에도 빠진 것이 단적인 예다. 김수 카카오모빌리티 정책협력실장은 25일 “현재 대부분의 모빌리티 사업은 택시업계 등 이해관계자와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법의 예외 조항에서 탄생하고 있는데 정부는 조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호소했지만 이번에도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담기지 않았다.

정부가 이번에 4대 전략으로 내세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8년째 ‘의료 영리화’ 논란을 풀지 못한 채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부가 거버넌스를 체계화하겠다며 기본법이 제정되는 대로 신설하겠다고 밝힌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시어머니만 하나 더 만드는 셈”이라며 “‘옥상옥’을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투자 부진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해관계가 얽힌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갈등을 타개해나가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사업자들이 공통으로 따를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사업가들은 혁신과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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