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에서 빈곤과 박해 등을 피해 미국으로 가려던 이민자가 26일(현지시간) 미국-멕시코 국경지역에서 국경경비대에 불법 입국을 제지당한 후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물을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미국의 망명 업무를 담당하는 연방 공무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강경 이민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망명 담당 관리들을 포함한 2,500여 명의 연방공무원을 대표하는 미 연방공무원노조(AFGE) 1924지부는 캘리포니아 제9연방고등법원에 망명 신청자들을 심사기간 동안 멕시코에 체류토록 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보호프로토콜(MPP) 정책을 중단해 달라는 37쪽의 분량의 법정 의견서를 제출했다. 제9연방고등법원에서는 MPP 정책이 적법한지를 심리 중이다.
AFGE 지부는 의견서에서 MPP 정책이 이민자들의 목숨을 위협한다며 “망명 담당 관리들이 우리나라의 도덕 구조와 국내외 법적 의무와 반대되는 부처의 명령을 따르라는 강요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망명 담당 관리들은 박해받을 위기에 놓인 망명 신청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멕시코는 중미 출신 망명 신청자들에게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망명자를 박해 우려가 있는 국가로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농르풀망 원칙’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MPP 정책은 국제법과 미국 연방법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 AFGE 측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멕시코가 여성과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소수 토착민에게는 더욱 위험한 곳이라고 지적하면서 “멕시코 정부는 망명 신청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런 보호를 제공할 능력이 없음이 입증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 이민 시스템은 남쪽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이주민을 다루기에 충분한 토대와 민첩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MPP는 완전히 불필요한 정책”이라며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WP는 “공무원들이 현직 대통령의 정책을 공개 비판한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망명 담당 관리들의 의견은 최근 리오그란데강을 헤엄쳐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다 물살에 휩쓸려 서로를 꼭 안은 채 숨진 엘살바도르 출신 부녀의 비극적인 사진으로 전 세계가 슬픔에 잠긴 가운데 공개돼 더욱 관심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