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90%가 이슬람신자인 이집트에서 신의 존재를 부인하며 무신론을 주장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지난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슬람 최고법관을 지낸 알리 굼아는 2014년 9월 6,000명의 젊은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12.5%가 무신론자였다고 밝혔다. 이집트 주재 미국대사관이 지난해 5월 발표한 보고서는 무신론자가 “100만~1,000만명”이라고 추정했다. 이집트 인구는 약 1억명이다.
이슬람의 가르침에 따르면 종교를 버리면 사형이다. 이집트 형법에는 이 규정이 없지만 종교모욕죄로 최고 5년의 금고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터부를 깬 이집트인의 투고가 눈에 띈다고 신문은 전했다. 주로 “신을 믿는다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차별과 증오가 있다”거나 “코란에는 과학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는 내용으로 자신이 무신론자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글들이다.
■젊은층 위주로 퍼져…이유는
‘아랍의 봄’ 혼란기 재고 계기로
무르시 정권 변질에 거부감 형성
IS 등 ‘종교적 테러집단’도 한몫
이집트에서 지난 몇년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무신론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현상은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에서 시작된 사회적 혼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종교학자 사랄딘 하산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독재정권이 무너진 2011년 이후 이어진 정치·사회적 혼란을 계기로 젊은이들이 종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2년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가 첫 민선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거나 형제단 회원을 요직에 등용하는 바람에 대규모 시위사태가 재발했다. 이를 목격한 젊은이들 사이에 ‘이런 것이 이슬람이라면 필요 없다’는 의식이 퍼지면서 종교거부 현상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또 죄 없는 사람들을 살해하는 이슬람국가(IS)의 대두도 종교에 의문을 품게 만든 요인이 됐다.
이처럼 무신론자들이 늘자 카이로에 있는 이슬람 수니파 최고권위 교육기관인 아즈하르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3월 인터넷과 전화로 종교상담을 받는 전문팀을 발족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