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단독콘서트입니다. 제 가사에 별이 많이 등장하죠. 좋은 기억, 슬픈 기억 모두 별처럼 아름답길 원해 그런 표현을 씁니다.”
오색찬란한 조명과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팔찌, 발광다이오드(LED)판과 감미로운 목소리는 1만5,000여 관객을 우주 속으로 초대했다. 가수 박효신이 화려한 퍼포먼스와 압도적인 보컬로 ‘라이브의 신’이란 별명을 다시 한 번 증명하며 3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박효신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올림픽 체조경기장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인 11만 명에 도전한다. 지난 6만5,000여 명을 모은 ‘아이 엠 어 드리머’ 공연 이후 약 3년 만에 여는 무대다. 지난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박효신 라이브 2019 러버스: 웨어 이즈 유어 러브?’ 첫 무대에서 그는 “한국에 있는 LED는 다 가져다 쓴 것 같다. 조명, 음향 등 국내 최다 물량으로 꾸몄다”는 말처럼 경기장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였다. 이날 공연은 추가 개방된 시야제한석과 보류석까지 매진됐다. 박효신은 지난 30일을 포함해 오는 5일, 7일, 11일, 13일 등 총 6회에 걸쳐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한다. 같은 장소에서 2일, 9일에 열리는 팬미팅 이벤트 포함해 총 11만 석이 넘는 규모로 진행된다.
오후 7시 20분께 ‘그래서, 우리의 사랑은 어디 있지(So, Where is our love)’라는 글귀가 적힌 상자 속에서 피아노로 치며 공연 1시간 전에 공개된 신곡 ‘연인’으로 포문을 연 박효신은 연이어 파란색과 초록색 레이저에 둘러싸여 ‘샤인 유어 라이트’를 불렀다. 입장한 모든 관객에게 제공된 팔찌는 무대 조명에 따라 빛을 내며 객석을 밝혔다.
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곡 ‘원더랜드’에서는 세션들과 춤을 추며 뮤지컬로 다져진 춤솜씨를 뽐냈다. ‘해피 투게더’에서는 마지막 가사 “내가 찾던 세상”을 “내가 찾던 나의 러버(Lover)”로 바꾸어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아임 유어 프랜즈’에서는 객석으로 내려가 마이크를 관객에게 넘겨 함께 곡을 완성하기도 했다.
쉼 없이 달리다 공연 한 시간 만에 입을 연 박효신은 팔찌를 가리키며 “새로 만든 선물”이라며 “여러분이 모두 팔찌를 흔드니 마치 우주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줘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공연을 만들게 됐다”고 공연 기획 의도를 전했다.
오케스트라 및 밴드 연주와 함께 ‘별 시’(別 時) ‘바람이 부네요’ ‘더 드리머’ ‘1991년, 찬바람이 불던 밤…’ ‘눈의 꽃’을 라이브로 소화한 박효신은 기타연주자 겸 음악감독 정재일과 담소를 나누며 ‘야생화’의 탄생 비화를 소개했다. 1999년 1집 ‘해줄 수 없는 일’로 데뷔한 그에게 2014년 ‘야생화’라는 히트곡을 만들어준 음악가다. 그는 2004년부터 2013년이란 글자 위로 허공을 걷는 듯한 연출 속에서 “인생에 다시 한 번 큰 힘을 준 곡”이라 말했다.
‘겨울소리’를 마치고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찾아왔다. 미공개 신곡 ‘앨리스’를 부를 땐 네온 빛깔 무지개가 LED판을 채웠으며, 1만5,000개의 팔찌로 빨강·노랑·초록·파랑·흰색 은하수가 펼쳐졌다. 가장 화려한 퍼포먼스는 거대한 LED타워가 열리며 거인이 등장한 ‘더 캐슬 오브 졸타’다. 눈을 제외한 이마와 입의 화면이 속도감 있게 바뀌며 빠른 비트의 음악과 함께 무대를 달궜다. 찬란한 조명 아래 관객들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하늘을 나는 영상과 함께 부른 미공개 신곡 ‘브이’를 마친 뒤에야 관객석의 진동은 멈췄다.
박효신은 “이제 집에 갈 준비를 하자”라 말하며 ‘굿바이’로 헤어지는 인사를 대신했다. 이어진 ‘홈’에서 관객들은 ‘떼창’으로 그의 인사에 답했다. 아쉬움이 남은 팬들이 ‘박효신’을 계속 외치자 그는 땀에 젖은 채 돌아와 앵콜 곡으로 ‘기프트’와 ‘연인’을 부르며 총 19곡, 4시간의 공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