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치힐 골프클럽은 최혜진(20·롯데)에게 강렬한 우승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지난 2017년 아마추어 추천선수로 출전해 우승하며 ‘프로 잡는 아마’ 대열에 올랐고 그 우승으로 시드전 없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직행할 수 있었다. 당시 고교 3학년생이던 그는 최종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63타)와 대회 최소타(202타) 기록까지 세웠다.
최혜진이 생애 첫 우승을 따냈던 ‘약속의 땅’에서 2년 만의 정상 복귀에 성공하며 시즌 4승째를 달성했다. 최혜진은 30일 강원 평창의 버치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맥콜·용평리조트 오픈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한 그는 이소영(롯데·8언더파)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최혜진은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시즌 4승을 거두며 독주 체제의 기틀을 닦았다. 자신을 제외한 유일한 다승자인 2승의 조정민에 2승 차로 앞섰고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보태 시즌상금에서도 6억6,789만원을 쌓으며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상금 2위 조정민과의 거리는 2억원 가까운 차이로 벌렸다. 대상 포인트에서 1위(265점)로 올라섰고 평균타수(70.575타)도 1위다. 투어 통산 8승째다.
최혜진은 지난해엔 생애 첫 타이틀 방어전에 나서 공동 30위에 그쳤지만 이번엔 실수하지 않았다. 단독 선두 윤서현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그는 1번홀(파4)부터 4연속 버디를 엮어냈다. 6번홀(파3)에서 1.5m 버디를 잡았을 때는 어느새 4타 차 단독 1위가 돼 있었다. 8번홀(파5)에서 드라이버로 친 볼이 벙커 모래 경사면에 박히는 불운을 맞아 첫 보기를 적어낸 최혜진은 14번홀(파4)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려 다시 1타를 잃었으나 추격 중이던 이소영이 15번홀(파4)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면서 3타 차 리드를 안은 채 종반을 맞았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이소영과 버디를 주고받아 2타 차의 역전우승을 완성했다.
시즌 첫 우승에 목마른 이소영은 시즌 세 번째 준우승을 보탰다. 최혜진이 보기를 기록한 14번홀에서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15번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친 이소영은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 2위에 오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양채린과 한진선이 7언더파로 공동 3위를 차지했고 전날 선두에 올라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 신인 윤서현은 2타를 잃고 공동 5위(6언더파)로 밀렸다. 상금 2위 조정민과 지난해 우승자 박채윤은 나란히 3오버파 공동 48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혜진은“샷과 퍼트가 좋았는데 8번홀 보기로 흐름이 끊겼지만 끝까지 집중했다”고 돌아보고 “빠른 시간 안에 4승까지 올려 기분이 좋다. 승수 추가를 다시 새로운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